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정부가 이런 임대료 규제를 없애기로 한 것은 기업형 임대주택 만이 아니다. 앞으로 모든 유형의 민간 등록 임대주택이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임차인 자격 제한, 최초 임대료 규제 등을 비껴갈 전망이다. 정부가 현재 임대 의무 기간과 사업 방식에 따라 5가지로 구분하던 민간 임대주택을 4·8년 임대주택으로 단순화하면서 이 같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민간 임대에 적용하던 6가지 핵심 규제 중 임대 의무 기간과 연간 5%의 임대료 상승 제한 규제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월셋집 시세 판단 ‘곤란’…임대료 규제 없애
예컨대 임대 의무 기간이 8년인 ‘준공공 임대주택’은 2013년 제도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최초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싸게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득·재산·양도소득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집주인이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한 의무를 감수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규제가 사라진다.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시세’를 판단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애시당초 주변 월세 시세를 모르다보니 임대사업자에게 시세 이하의 임대료 책정을 요구하는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토부 산하 한국감정원이 매달 8개 시·도의 월세 가격을 조사해 발표할 뿐, 지역별로 세밀한 월세주택의 가격 자료가 쌓이지 않은 상태다. 가령 100(매입임대)~300가구(건설임대) 이상의 준공공 임대인 기업형 임대주택에 최초 임대료 규제를 적용해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월셋집은 ‘주변 전세 시세의 80%(장기전세주택)’, ‘주변 매매 시세의 85%(보금자리주택)’ 같이 시가와 연동한 가격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정부 기금이나 택지를 지원받은 공공임대주택은 누가 짓든 건설 원가에 바탕한 표준임대료를 적용하고 있다.
물론 규제가 없다고 기업이 최초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없는데 가격만 올렸다가는 시장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 장관도 “초기 임대료 규제가 없어도 시장의 수급 여건에 따라 (임대료가) 적절히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형 임대주택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배제 등 정부가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가 비싼 월셋집으로 전락한 ‘도시형 생활주택’처럼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미흡한 월세 인프라스트럭처로 인해 정책 실효성이 문제가 된 사례는 또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주거급여 임차료 검증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주거급여란 정부가 중위소득 43% 이하인 약 97만 가구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하지만 올해 6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부정 수급 우려가 불거지면서 검증 장치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예컨대 정확한 시세 파악 없이는 집주인과 세입자가 임대료를 부풀려도 확인할 길이 없다. 재정 누수와 더불어 전·월셋값만 오르게 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담기관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전·월세 실거래가나 인근 임대 사례 비교 등을 통해 임차료를 검증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시장 변화에 발맞춰 제도적 기반부터 보완해야 정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급 만능주의’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주거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월세 거주 가구는 418만가구(보증부 월세 포함)로, 국토부 조사 이래 처음으로 전세가구(352만7000가구)를 앞질렀다. 이미 시장은 월세가 대세인 셈이다. 박은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이나 일본은 이런 유형의 임대주택도 입주자 소득 기준을 마련하고 임차료도 시세보다 낮게 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임대주택 등록제 등을 통해 월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체계부터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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