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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이 경매 물건은 지난달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 통과로 가격 상승 여력이 커진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로 경매 투자자들이 경락잔금(낙찰가에서 부족한 금액)을 빌리기가 쉬워지면서 응찰자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DTI·LTV 완화 후 경매시장 투자심리 회복
정부가 지난달 7·24대책을 통해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에는 여름철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은 이달 서초구의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100%를 넘는 등 올해 들어 가장 열기가 뜨겁다.
28일 부동산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이달 들어 27일까지 법원에서 경매된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88.64%로 연중 최고치를 나타냈다. 25개 자치구 중 낙찰가율이 101.57%를 기록한 서초구를 비롯해 서대문(96.18%)·강북(95.5%)·마포(95.49%)·강남(94.84%)·강동(93.23%)·동작(92.18%)·성동(90.24%)·중구(90.01%)등 9곳이 90%를 넘겨 DTI·LTV 등 대출 규제 완화의 효과를 실감케 했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는 싱크홀(땅꺼짐)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송파구를 제외한 나머지 3곳 모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재건축 호재를 낀 고가 중대형 아파트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지난 6일 유찰없는 신건으로 경매에 나온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 183.41㎡형은 감정가가 20억원에 달했지만, 유모씨가 20억4799만원(낙찰가율 102.4%)에 낙찰받았다. 단지가 속한 압구정지구는 지난 3월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이후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신건인데도 바로 낙찰됐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으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입 비용을 낮추려는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부동산 경매는 선행 지표의 성격이 강해 향후 매매시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도 경매시장으로 몰려
서울 강북권과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저렴한 중소형 물건에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서울북부지법에서 지난 11일 경매 진행된 노원구 상계동 두산아파트 전용 51.66㎡형은 1회 유찰로 최저 입찰가격이 1억504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의 전세 시세가 1억5000만~1억6000만원 선이라 소위 전셋값 수준 물건이었다. 이 때문에 응찰자가 23명이나 몰리면서 감정가(1억8800만원)보다 비싼 1만8820만원에 낙찰됐다.
경기지역에서는 지난 7일 한번 유찰돼 고양지원 경매에 다시 나온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달빛마을 전용 59.97㎡형 아파트의 경우 32명이 응찰해 감정가(1억8000만원)보다 높은 1억8184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또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한성아파트 전용 59.54㎡형도 지난 22일 수원지법 경매에서 36명이 경합을 벌인 끝에 2억7038만원(낙찰가율 104%)에 낙찰됐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발품을 팔아야 하는 급매물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은 경매시장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름 비수기에 다시 불붙기 시작한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의 열기가 올해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대책이 아파트 매매시장보다 경매시장에서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추석 이후에는 선거 등 특별한 변수가 없어 이 같은 경매시장 호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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