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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잡지] 성공 정상외교 감성 방정식

피용익 기자I 2014.08.22 06:10:0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지난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땅을 밟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Bienvenido a Corea(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공식언어인 스페인어를 사용하며 배려와 존경을 표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교황과의 정상면담에선 “La paz es un regalo que merece la pena(평화는 수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물입니다)”라며 비교적 긴 문장을 구사하기도 했다. 바티칸으로 돌아간 교황은 박 대통령의 스페인어에 대해 “완벽하다”고 평가했다.

바야흐로 ‘감성외교’ 시대다. 정상 간 만남이 활발한 현대의 정상외교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게 고려된다. 박 대통령이 교황에게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어로 인사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친밀감을 나타내는 데 효과적이다.

언어 뿐만이 아니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국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참모진의 세심한 연출과 정상의 능란한 연기도 필수다. 의전은 물론 만찬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음악에도 철저한 전략이 숨어있다.

이 때문에 정상외교를 남녀 간의 연애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움직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반면, 자칫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면 애당초 만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가진 40여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다양한 구애 전략이 동원됐다.

데이트를 앞둔 남녀가 옷에 신경을 쓰듯이 정상회담에 나서는 박 대통령도 의상에 신중을 기한다. 박 대통령은 상대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색상을 주로 택한다. 지난 1월 인도 방문 때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서는 녹색 치마와 노란색 저고리를 착용했다. 인도의 국기 색깔을 연상시키는 색 배합이었다. 앞서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때는 러시아 국기의 색깔인 흰색과 파란색, 빨간색 재킷을 행사에 따라 바꿔가며 입었다.

옷을 갖춰 입었다면 식사는 무엇으로 할까.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에서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를 식탁에 올렸다. 한·미 FTA의 상징과도 같은 미국산 쇠고기를 함께 먹으며 양국 우호협력 관계를 재확인한 셈이다.

분위기를 살리는 음악도 필수다. 지난 7월 방한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초청해 국빈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 인기 걸그룹 미쓰에이의 중국인 멤버 지아와 페이가 배석했다.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불렀다. 특히 이날 만찬에서는 중국 ‘국민가수’ 출신이기도 한 펑 여사의 대표곡 ‘희망의 들판에 서서(在希望的田野上)’를 CBS 소년소녀합창단이 합창해 펑 여사가 깊이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유독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이면에는 이처럼 철저하고 세밀한 감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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