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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속에서 쓰린 무엇이 울컥 치민다.” 소설가이자 시인, 사회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복거일(68). 그는 조종사가 낡은 군용 헬리콥터를 타다 추락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40여년 전 항공 관측 장교로 근무했다. 사고위험이 크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헬리콥터에 올랐을 조종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서가에서 남송시절 시인 육우의 시집을 뽑아든다. 우국지정을 얘기하는 ‘밤에 병서를 읽노라’를 펴 조용히 읊어본다.
간암 투병 중인 복거일이 에세이집을 냈다. ‘삶을 견딜 만하게 만드는 것들’(다사헌)이다. 항암치료를 거부하면서 글쓰기에 몰두해 최근 장편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를 펴내 화제가 되기도 한 작가. 에세이집은 일상과 사회문제를 시와 엮어 풀어냈다. 경험을 녹여 소박하다.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얘기부터 에드워드 토머스의 시 ‘노인’을 아우르는 문화적 넓이도 돋보인다.
사실 책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저자의 딸이 직접 그림을 그려 아버지의 글을 데웠다. 노 작가의 여유와 딸의 온기가 포개져 따뜻함이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