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 문제다. 행복주택은 관련 법에 따라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대상 사업으로 분류된다. 최소 6조원 가량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만 정책 효과를 검증할 수단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주택 공급에만 열을 올렸다가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과 같은 운명에 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태훈 국회정책예산처 사업평가관은 “정책 필요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다보니 주민들의 큰 반발에 부딪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시범지구 7곳 중 지구 지정이 안된 5곳에 대해 정부가 예비 타당성조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행복주택 사업에 5년간 최소 6조원 투입
행복주택은 신혼부부·사회초년생·대학생 등 젋은층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도심 가까이에 짓는 임대주택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총 14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매년 3만~3만5000가구의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셈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건축비를 3.3㎡당 660만원 수준에 맞출 계획이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행복주택 14만가구를 짓는데 들어가는 총 비용(3.3㎡당 660만원×13.6평×14만가구)은 대략 12조5664억원이다. 이 중 정부 예산은 최소 6조원가량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20만가구를 짓기로 했을 땐 정부의 지원 금액이 8조5384억원에 달했지만 공급 물량이 14만가구로 축소되면서 지원금액도 줄었다.
문제는 사업 시행자인 LH의 부채 증가에 대한 해결 방안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행복주택 건설비의 30%만 정부 재정으로 지원한다. 건설비의 40%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로 빌려 조달해야 한다. 현재 국민임대주택을 짓는 방식과 같다. LH는 전체 사업비에서 정부 재정 30%+임대보증금 20%를 제외한 나머지 50%인 6조2832억원(추정치)을 부담해야 한다. 만약 정부가 제시한 3.3㎡당 건축비 660만원을 초과할 경우 LH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말 현재 138조원에 이른다. 국회예산처는 행복주택 사업이 LH의 부채를 현재보다 4.5%포인트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예산안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을 해봐야 정확하게 예산을 짤 수 있는데, 항간의 우려처럼 사업비가 증가할 경우 예산 당국에 추가로 재정을 요청해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업성 검토 필요… 예비타당성 조사 거쳐야”
이처럼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데도 이를 검증할 수단 자체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행복주택 사업은 주거복지정책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어서 기획재정부가 정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예산처는 “행복주택 사업은 주택뿐 아니라 사업시설도 함께 개발하는 복합사업이기 때문에 기재부가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과정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추가적인 사업비 증가 등을 예측하기 어렵고 공공 임대주택 공급 증가로 민간 임대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게 예산처의 분석이다.
실제 행복주택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유사하다. 도심지에 건설되는 행복주택 규모는 평균 45㎡다.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12~50㎡ 규모로 민간 사업자에 의해 도심지에 대거 공급됐다. 그러나 국회예산처가 감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도시형생활주택(2012년 9월 기준)을 계획보다 12만2000가구 초과 공급했다. 2012년 2월 기준 전국 원룸형 주택단지의 입주율은 60.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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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금자리주택 사업 역시 정책 취지는 좋았지만 시장 상황 등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결국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행복주택 역시 비슷한 문제로 향후 논란이 생길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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