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교량 등 사회기반시설(SOC)을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지방정부가 이들 민자사업의 투자자와 재협상해 거액의 예산절감을 속속 이뤄내고 있는 사례들은 몰라보게 달라진 공무원들의 바람직한 업무자세를 보여준다.
인천시는 그제 민자터널인 원적산터널과 만월산터널의 사업재구조화를 통해 22년 간 3773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재구조화는 재정부담을 낮출 목적으로 민자사업 주무관청과 민자사업자가 실시협약에서 이미 정해놓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사업수익률, 재정보전금 지급시기, 통행요금 인상 등 사업시행 조건들을 재협상을 통해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인천시는 이번에 2개 민자터널 투자자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재협상해 사업재구조화 합의를 이끌어냈다. 인천시는 이번 합의의 여세를 몰아 군인공제회가 투자한 문학터널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로의 사업재구조화 협상도 지난 11일 타결됐다. 이에 따라 ‘거가대로 민자사업 변경실시협약’이 새로 맺어져 투자보상방식이 기존의 MRG에서 실제비용만 보전해 주는 비용보전(SCS)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부산시와 경남도는 40년간 민자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5조원대의 재정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서울시도 지난달 하순 민자사업자와의 실시협약을 변경해 서울 지하철 9호선 사업에서 특혜 장치로 지목됐던 MRG를 없애고 이를 SCS로 대체했다. 서울시는 이로 인한 재정 절감 효과가 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지방정부들이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의욕을 가지고 민간 투자자들과 재협상을 벌여 불리한 기존협약을 고쳐나가는 것은 이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적극적인 업무방식이다. 인천시 등이 보여준 재협상 사례에 자극받아 다른 지자체들도 불리한 민자사업 실시협약을 개정하는 재협상에 속속 나설 것이 분명하다.
SOC 민자사업은 민간이 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차해 쓰는 건설-이전-운영(BTL) 방식이 있는가 하면, 민간이 시설을 건설해 이를 정부에 임대하는 건설-이전-임대(BTL)라는 방식도 있는 등 사업 자체가 복잡하다. 그런 만큼 각 지자체는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을 높이고 지자체들끼리 재협상 노하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