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신유청은 “연출 제안을 받고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경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제가 받은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겠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
‘테베랜드’는 프랑스계 우루과이 출신 극작가 세르히오 블랑코가 존속살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극작가 S가 폭력과 폭언을 일삼던 아버지를 포크로 찔러 죽인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마르틴의 이야기를 연극화하기 위해 나서면서 극이 시작된다.
단 두 명의 배우가 이끌어 가는 2인극이지만 등장인물은 마르틴을 대신해 연극 무대에 오르기 위한 준비를 하는 페데리코까지 총 3명이다. 마르틴 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페데리코 역까지 소화하며 1인 2역을 해낸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두 번째로 작품의 연출을 맡은 신유청은 “‘테베랜드’는 세상과의 접촉면이 많은 S와 세상과 단절된 마르틴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연극”이라며 “이전 공연과 거리를 둔 채 더 넓은 시야로 작품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며 새로움을 더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테배랜드’는 S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속내를 털어놓는 마르틴과 감옥 밖에서 S에게 들은 마르틴의 모습을 똑같이 재연하는 페데리코의 모습을 반복해서 펼쳐내며 몰입도를 높여나간다. 마르틴과 페데리코를 연기하는 배우가 틈틈이 무대에 설치한 농구 골대에 슛을 쏘고 드리블을 하며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점 또한 특징이다.
신유청은 “S와 마르틴이 서로를 ‘쓸모 있는 무엇’이 아닌 ‘진정한 너’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너’와 ‘나’의 만남과 그로 인해 이뤄지는 삶이 얼마나 기적같은 일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데리코에 대해선 “S와 마르틴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며 세세한 질문으로 설명을 보충해주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
|
이번 시즌에서는 김남희·이석준·정희태·길은성이 S를 번갈아 연기한다. 마르틴과 페데리코 역은 이주승·손우현·레오·강승호가 맡는다. 내년 2월 9일까지 공연한다. 신유청은 “관객이 많은 양의 대사 안에 숨겨진 암호들과 메시지를 해석하면서 자신이 겪은 삶의 경험을 되짚어 보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다”며 “개막 후 로비에서 만난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뿌듯함을 느꼈다. 폐막 때까지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인간에 대한 질문 던지는 작품 연출 선호”
신유청은 계원예고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거쳐 2008년부터 연극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2020년 대표작인 ‘그을린 사랑’으로 제7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연극 부문 최우수상을,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백상연극상을 수상하며 연극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엔젤스 인 아메리카’와 ‘햄릿’에 이어 ‘테베랜드’까지 화제작 3편을 연달아 연출하며 주가를 더욱 높였다.
|
연극 장르에 천착하는 이유는 인간에 대해 탐구한 바를 담아내기에 가장 알맞은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인간이 대체 무엇이기에 인간만이 이렇게 유별난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을 선호한다”면서 “때론 철학적이고 때론 종교적인 소재로 그와 같은 질문을 품게 하는 장르이기에 여전히 극장을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