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WGBI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글로벌 3대 채권지수로 꼽힌다. BBGA에는 2002년에 편입됐고, GBI-EM은 신흥국 대상이어서 한국과 무관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8일 발표한 반기별 리뷰를 통해 내년 11월부터 한국을 WGBI에 추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한국이 이 지수의 관찰대상국에 오른 2022년 이후 4번의 시도 끝에 거둔 값진 성과다.
WGBI는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추종하는 국채지수로 글로벌 투자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부는 FTSE 러셀의 이번 결정으로 최대 90조원(670억달러)의 외국인투자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 효과로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외자조달 비용이 경감되고 시중 금리의 하방 탄력성도 커질 수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작지 않을 것이다. 한국 주식과 채권 전반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와 관심도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FTSE 러셀은 한국 원화에 대한 제3자 외환거래 허용 등 한국 정부가 그동안 취한 일련의 외환 및 채권시장 개선 조치가 글로벌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의미있게 높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채시장과 달리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평가등급 강등 가능성을 시사해 우려된다. FTSE 러셀은 한국 주식시장을 2009년 선진시장으로 분류한 뒤 그 지위를 지금까지 유지해오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이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등 사태를 부를 수 있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공매도 금지 연장은 자본시장 정책이 대중영합 정치에 휘둘려 일관성을 잃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 차례 연장돼 내년 3월까지 유지된다. 그동안 전산체계 보강, 규제 기준 마련, 법제 정비 등이 진행돼 기술적으로는 내년 3월 말 공매도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주식시장 개선 조치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