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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플랫폼 바라보는 韓美 법원의 시각차

최연두 기자I 2024.07.29 06:00:00
[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이번 타다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 플랫폼 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리를 무리하게 적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근로자의 개념을 좀 확대해석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지난 25일 대법원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판결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대법원은 근로자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의 형태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쏘카가 운전기사의 업무 내용을 결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점 △운전기사들이 정해진 근무일과 근무시간, 장소 등에 구속된 점 △업무 수행의 질과 관계없이 근무시간에 비례한 보수를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쏘카가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시했다. 타다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에 저희 설명이 부족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쏘카는 곽씨를 포함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70여명의 인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타다 운전기사를 둘러싼 논란은 첫 판결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타다와 같은 호출 플랫폼에서 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사들은 통상 계약직으로, 본인 자율로 날짜와 시간대를 정하고 고객 배정을 받기 때문이다. 특정 조직에 종속된 형태가 아니다.

업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플랫폼 운영자를 사용자로 규정한 이번 판결이 향후 프리랜서 서비스 공급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다른 플랫폼 업체의 유사 소송에서도 인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이길 바라면서도 플랫폼 업계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차량공유 서비스의 차량운전사를 ‘고용노동자’가 아닌 ‘독립계약자’로 본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독립계약자는 최저 임금의 120%를 받을 수 있고, 각종 보험, 차별 및 성희롱 방지 등을 보장받는다. 미국 플랫폼 업계는 이에 환호했다. 전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이 자리잡은 미국에 비해 우리는 그나마 갖고있는 플랫폼마저 계속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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