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은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379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럼에도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가 매년 천문학적 비용을 저출산 대책에 쓰고 있다는 주장에 어폐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에 저출산 예산이라고 발표된 내용을 보면 ‘소프트웨어 중심대학 지원사업’ 등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임신·출산·돌봄과 관련 없는 목록이 많다”며 “우리나라는 난임 지원, 임신·출산 비용 등도 저출산 예산으로 포함하지만 OECD에서는 오로지 아동돌봄 지원 관련 투자를 가족복지 지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언급한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복지 지출 비율은 1.56%로, 3%대인 프랑스·스웨덴·노르웨이·독일 등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출산 기피의 원인을 하나로 규정할 수 없으며 경제·사회·문화·복지·교육·성평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 “개개인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과 특성을 파악하고 개별적인 욕구와 상황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도와줘야”(김진수 교수)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출생아 1명당 1억원을 현금 지원’ 같은 허경영식 정책의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복지 정책 수준으로 해결할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1명당 1억원 정책은 인식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책 간의 유기적 결합도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컨대 노동시장 문제와 돌봄 문제는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저출산 문제에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노동환경이 불안하기 때문에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결혼·출산을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영수 교수는 “장기적으로 구조개혁 등 패러다임 전환 작업이 절실하다”며 “몸이 변했으면 옷을 수선하는 게 상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