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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작년 가계빚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정부의 또 다른 정책은 빚을 늘리는 쪽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가계신용이 3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하락한 점은 ‘빚 감축’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관건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주택시장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로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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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금융이 뒤흔든 주담대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주담대는 작년 3분기말 1049조1000억원으로 3분기 누적으로 35조7000억원 증가해 2022년 한 해 증가폭(28조8000억원)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
이중 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의 주담대인 일명, 정책금융은 3분기말 227조2000억원으로 3분기 동안 26조1000억원 급증했다. 가계 전체 주담대 증가폭의 73.1%, 즉 3분의 2는 정책금융에서 늘어난 것이다. 주담대 증가폭에서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책금융의 주담대 증가폭 26조1000억원 역시 2015년 33조원 급증 이후 8년 만에 최대폭 증가다. 2015년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2014년 ‘빚 내서 집 사라’는 표어를 내건 직후로 가계 전체 주담대 증가폭이 78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폭 증가했던 해이다. 시중은행이 먼저 정책금융 상품을 취급한 후 3~4개월 뒤 주금공, 주택도시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으로 주담대가 이관되는 만큼 4분기에도 정책금융이 취급하는 주담대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주금공, 주택도시기금 등이 취급하는 정책금융에는 주담대 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책금융이 늘어난 원인이 주택 거래 수요 때문인지, 전세 수요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작년 1월부터 취급된 특례보금자리론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주택 거래 증가가 정책금융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주택 거래는 1분기 월평균 4만호가 거래되다 2분기 5만2000호로 늘어난 이후 3분기 5만호, 4분기(10~11월) 4만7000호로 집계됐다. 1월 이후 11월말까지 취급된 특례보금자리론 42조7000억원 중 신규 대출과 관련된 규모가 27조8500억원으로 65.2%를 차지했다.
취약계층 금융지원에만 특화돼야 할 정책금융이 남용,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뒤흔들면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작년 11월말 개최된 금통위 의사록을 통해 “향후 가계대출 향방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이 가계대출 증가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추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주택심리 위축 vs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
그나마 가계신용 비율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계신용 비율은 작년 3분기말 101.4%로 2분기말(101.7%)보다 0.3%포인트 하락해 한 분기 만에 하락 전환했다. 2022년말 104.5%보다 3.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계신용은 자금순환표상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부채를 의미한다.
2022년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가계신용이 명목 경제성장률보다 덜 증가한 영향이다. 특히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가계신용은 전년동기비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가계부채 연간 성장률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청년주택드림대출 등 또 다른 정책금융이 공급되면서 가계대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통위원은 의사록에서 “올해 주금공,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금융 상품 공급 예정 규모가 작년보다 축소될 것이지만 2020~2022년 평균에 비해 상당히 많은 규모”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둔화하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건수는 작년 8월 5만2000건에서 9월 4만9000건, 10월 4만8000건, 11월 4만5000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작년 7월 상승세로 전환된 후 11월까지 5개월째 상승하고 있으나 상승률은 8~10월 0.2~0.3%에서 11월 0.04%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심리지수(CSI)도 12월 93으로 7개월만에 기준선(100)을 하회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작년말 기자간담회에서 신생아특례 등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지에 대해 “없던 수요가 생겨서 가계대출이 막 늘어나는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올 상반기까지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아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 주택 가격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