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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창립 116주년을 맞은 서울지변은 우리나라 변호사단체의 모체이자 전국 최대 지방변호사회다. 창립 71주년을 맞은 대한변호사협회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전체 변호사(3만2600명)의 4분의 3이 서울지변(등록기준 2만6225명) 소속이다. 사상 첫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으로 서울지변을 이끌어 온 김 회장은 올해 초 재선에 성공해 두번째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임기 동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사법정책시스템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이 예시를 든 시스템은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이다. ACP는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 이뤄진 의사교환을 포함한 ‘의뢰인 비밀’의 공개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지난 8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카카오(035720)의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법무법인 율촌을 압수수색했다. 만약 ACP가 있다면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거부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ACP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회장은 “해외 컨퍼런스에서 ‘한국은 ACP가 없다’고 말하면 전 세계 법조인들이 한국 정도의 국가가 어떻게 그렇냐며 깜짝 놀란다”며 “변호사 조력권의 경우 헌법상 기본권이고 변호사 역시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데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를 통해 모두 압수수색 당한다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고 변호사의 의무 역시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ACP가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는 ACP 법제화는 단순한 ‘변호사 특권’이 아닌 법률 서비스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결국 변호사 사무실 등을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하는 이유는 변호사를 털면 편해서다. 결국 수사편의주의·행정편의주의적 접근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며 “사무실을 뒤져 혐의점이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접근으로 의뢰인들은 변호사 상담을 꺼리게 되고 결국 구두 자문받거나 대충 돌려서 자문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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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P 제도 외 여전히 후진국적인 사법정책 시스템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사법정책적인 관점에서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업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을 때 적용하는 제도다. 현재 일부 제조업과 건설업 일부에 제한돼 적용됐다. 애초에 요건이 ‘고의 중과실’이기 때문에 기업에 큰 부담이 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위험조차 부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후진국적 발상이다. 손해배상 규모도 기업에 억지력이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집단소송제도 필요하다. 얼마 전 판결 난 아이폰 성능 고의저하 사건도 집단소송제가 있었으면 피해를 입은 모든 소비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었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변호사에게 좋지 않다. 수임할 수 있는 사건 수가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선 집단소송제가 필요하다.
-재판 전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크다.
△디스커버리제도가 있는 영미권 국가에서는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한다. 디스커버리제도 없이는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서 이기지를 못한다. 기업은 자신이 가진 방대한 증거를 은폐하고 불리한 자료는 내놓지 않는다. 그래도 불이익이 없다. 방대한 증거를 공개하게 하고 공개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부과해야 동등한 위치에서 법적인 다툼을 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기밀을 유출하게 한다고 우려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도 한국에는 디스커버리제도가 없으니 미국 땅에서 소송했지 않은가.
-법무부의 로톡 변호사에 대한 징계 취소로 변호사들과 로톡 등 리걸테크 업체의 갈등이 일단락되긴 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있다.
△법조계는 한번도 리걸테크를 막은 적이 없다. 예컨대 법률 서비스를 도와주고 법률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리걸테크에 대해서는 반대한 적이 없다. 법조계는 로톡 등 일부 업체들이 하고 있는 ‘중개’를 막겠다는 것이다. 수십년간 변호사법에선 사무장 로펌을 반대해 왔다. 일부 업체는 사실상 온라인 사무장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사무장을 금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자격이 없는 사무장들이 책임지지 않고 상담을 해서 내담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막자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만약 온라인 사무장 로펌을 허용해준다면 당연히 오프라인도 허용해줘야 하지 않겠나.
-2015년 대법원에서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법조계에서는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명백히 반시장적 불법행위다. 일각에서는 해외에서도 성공보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해외와 우리나라의 비용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는 시간당으로 돈을 받는다. 시간당 수십만원이 기본이다. 그런데 사건 수임당 보수를 받는 우리나라 체계에서 성공보수를 받는다고 쳐도 시급으로 계산하면 시간당 몇만원 안팎일 것이다. 성공보수 무효 판결의 문제점은 개인변호사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대형로펌은 처음부터 착수금에 성공보수를 포함시켜 사건을 수임하면 되는데 개인변호사는 사정이 다르다. 착수금을 충분히 주지 못해 차차리 성공보수 계약을 원하는 의뢰인들이 많다. 그런데 성공보수가 없으면 수임료 자체를 높일 수밖에 없다.
-법조계의 가장 큰 화두는 재판지연 문제다. 이를 막기 위한 복안이 있나?
△법관 증원이 제일 시급하다. 대법원의 ‘각국 법관의 업무량 비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법관 1인당 사건 수(민사 및 형사 본안 한정)는 독일의 5.17배, 프랑스의 2.36배, 일본의 3.05배에 달한다. 결국 사건을 나누기 위해서는 법관이 많아져야 한다. 경력 20년 이상 법조인을 모시는 전문법관제 역시 해법 중 하나다. 현재 2013년부터 올해까지 26명의 전담법관을 임용했는데 이 제도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면 재판지연 해결에 도움될 것이다. 또한 상고심 등 일부 절차에서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으로 원활한 재판 진행을 도모한다면 마찬가지로 재판지연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올해 초 재선에 성공한 이후 서울 지역 변호사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나?
△재임의 목표는 전반적으로 변호사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대형 로펌과 개인사무소의 법률서비스의 질을 비슷하게 맞춰주고 싶다. 대형 로펌들은 시스템이 충분히 우수하다. 개인변호사의 경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시스템 도입을 꺼린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차원에서 사건관리프로그램부터 판례검색 시스템, 법조인명부 공개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또 양질의 서식들이 있으면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할 것이다. 변호사들이 업무를 함에 있어 대국민 법률 서비스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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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서울 출생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학·석사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문위원 △대법원 사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한국법조인협회 초대회장 △국가수사본부 수사심의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사법연수원 운영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