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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영업소에서 8년 넘게 근무한 B씨는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됐고 새 업체인 A와 3개월 시용계약을 맺었다. 시용기간 만료 후 본채용을 거부당한 B씨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아냈다. 이에 A업체가 중노위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1세, 6세 자녀를 키우는 소위 ‘워킹맘’이다. 고속도로 영업소 근로자들은 통상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지만 매월 3~5번 정도 초번 근무(새벽 6시~오후 3시)를 서야 했다. B씨는 과거 8년 넘게 근무하면서 초번근무를 면제받아 왔지만, 새 용역업체 A는 B씨가 시용기간 중 초번근무 및 공휴일 근무 지시를 받고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했다. 이는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됐다.
1심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A업체의 본채용 거부통보는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같은 취지의 중노위 판정이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본채용 거부통보가 사회통념상 상당하다(알맞다는 의미)고 인정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가 B씨의 사정을 알면서도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수습기간 평가점수가 저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B씨에게 초번 근무 및 공휴일 근무 의무가 인정되는지, A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본채용을 거부했는지 등의 쟁점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대법원은 “B씨가 육아기 근로자라는 사정만으로 초번근무 및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A가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아 본채용을 거부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B씨가 신규채용되는 상황이 아닌 고용승계 상황이었던 만큼 본채용 거부통보의 합리적 이유는 신규채용 사안보다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도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의에 대해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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