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대표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 쇄신의 일환으로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 등 7명의 당직인선을 그제 단행했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엔 수도권 인사를 1명에서 4명으로 늘렸고 1970∼80년대생 5명을 발탁, 평균 연령도 59세에서 52세로 끌어내렸다. 표심에서 드러난 수도권 2030과 중도층 이탈에 따른 대책으로 친윤 색채를 줄이고 젊은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표성과 중량감 모두 떨어지고 변화의 메시지도 불분명해 “달라진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천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 인선부터 꼬였다.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의 기용으로 김 대표(울산 남구을),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을) 등 당 3역이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윤 원내대표의 경찰대 1년 후배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김석기·이철규 의원에 이어 당 사무총장을 모두 경찰 출신이 바통을 넘겨받으면서 검·경 출신이 주도하는 정권의 이미지가 강화됐다.
납득할 수 없는 건 당초 인선과정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박대출 전 정책위의장이 사무총장으로 다시 기용될 예정이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무산은 됐지만 지도부의 안일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당의 싱크 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불과 2개월 전 수해 복구 현장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를 받은 김성원 의원을 임명했다. 변화와 혁신으로 당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김 대표의 다짐이 과연 진심이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번 보선은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였다. 실제 선거 후 여당에 대한 수도권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다. 이날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 정부 출범 후 최저치인 32%(더불어민주당 50.7%)로 떨어져 보선결과(17.15%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선거 참패는 민심의 준엄한 경고지만 이를 쓴 약 삼아 재정비의 계기로 삼는다면 총선 6개월을 앞두고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획기적인 혁신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