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하란 소송·청구가 적법하지 않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원고 패소 판결과 같은 결과로도 볼 수 있어, 원고 일부 승소했던 1심 판결이 뒤집힌 셈이다.
앞서 경실련은 2019년 4월 17일 LH의 10여 개 단지 설계공사비 내역서와 도급 내역서, 하도급 내역서와 원하도급 대비표 등 정보를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LH는 이를 거부했다.
LH는 해당 자료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이라고 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감사와 감독, 검사, 입찰 계약과 관련한 사항으로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가져온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
이후 경실련은 2019년 4월 22일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송달받고 LH에 이의신청했으나, 5월 2일 LH는 경실련에 이의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했다. 이에 경실련은 같은 해 7월 26일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실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도급내역서 등이 공개되더라도 LH의 감사·감독·검사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입주 절차까지 완료돼 이 사건 정보가 입찰계약 과정에 있는 사항이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LH는 2019년 5월 2일 경실련에 이의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을 했고, 원고는 그때부터 90일 이내인 7월 26일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이 사건 소가 제소기간을 도과해 부적법하다는 LH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은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고, 행정심판청구가 있는 때의 기간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2심에서는 각하를 선고했다. 1심과 다르게 2심 재판부는 “경실련은 이 사건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인 2019년 4월 22일부터 행정소송(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인 90일을 넘겨 같은 해 7월 26일에야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을 경과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정보공개법상 이의신청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경우 제소기간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과 그 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청구인이 공공기관의 비공개 결정 등에 대한 이의신청을 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 제소기간은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받은 날부터 기산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