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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공포’는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의 풍경을 바꿔놨다. 이데일리가 노량진 시장을 찾은 23일 오전 11시, 평소라면 횟감을 사가는 손님이나 점심시간 손님으로 분주했을 시간이지만, 상인들은 멍하니 스마트폰을 보거나 손님이 오가는 길을 하염없이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따금 손님이 시장에 오면 상인들은 앞다퉈 호객에 나서다가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란 단어가 들리면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기도 했다.
10년째 대게 상점을 운영하는 이경묵(48)씨는 “어제는 하루 평균매출보다 20~30% 못 벌었다”며 “올해 초 손님들이 오염수 때문에 이제 여기 못 온다고 게를 20~30kg씩 사간 뒤로 장사가 안됐는데, (일본 오염수 방류 이후) 또 안 팔릴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생선은 오늘 경매사들이 놀랄 정도로 값이 떨어졌다”며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34년간 활어를 팔아온 김양현(60)씨도 오염수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그걸 방류하면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안 팔린 고기는 버리거나 매운탕 거리로 팔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사가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일부 상인은 오염수 문제가 정치화되면서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비판했다. 부모님 때부터 노량진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변모(60)씨는 “교수들도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국으로 올 때까지 5년이 결려서 괜찮다는데 이게 너무 정치화되니까 아직 아무 일도 없는데 큰일이 난 것처럼 말한다”고 했다. 변씨는 죽은 참돔 50만 원어치를 상자에 담으면서 업종을 바꾸는 가게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때도 다들 걱정했는데 지금은 잘 먹지 않느냐”며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상인을 위해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정치권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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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걱정하는 건 일반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당장 가족의 밥상 걱정이 앞선다. 2살 아이 키우는 백모(39)씨는 “오염수가 방류된다는 소식에 오늘 아침부터 해류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얼마나 큰 피해가 있을지 몰라 고민이 많다”며 “아이에게 다양한 영양을 섭취하게 해줘야 하는데, 생선이나 해산물을 어떻게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홍모(34)씨는 “오염수가 퍼지면 전 세계 어디든지 도달하게 돼 있어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제주 지역의 관광객이 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살 아들이 고기보다 수산물을 좋아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먹여야 할지 고민이다”고 덧붙였다. 평소 해산물을 즐겨 먹는다는 직장인 김모(41)씨도 “아마 당분간 횟집을 찾는 일이 없지 않겠느냐”며 “과학적으로 괜찮다는 설명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오염수 방류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계속해서 모니터링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국민 불안이 잦아들지 않자 각 지자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서울시는 주요 도매시장(가락시장, 노량진시장, 수협강서공판장)이 운영되는 월~토요일 유통된 수산물을 대상으로 매일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아울러 산지·어종을 불문하고 서울 시내 대형마트·전통시장 등에서 유통되는 모든 종류의 수산물을 대상으로 표본 검사를 실시하는 등 ‘수산물 안전 확보를 위한 4대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수산물·수산물 가공식품에 대한 방사능 및 안전성 검사결과는 식품안전정보 또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시민 누구나 직접 검사를 신청할 수 있는 시민 방사능 검사 청구제도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