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3월 평균 30조원 재정 적자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월에 38조2000억원, 3월에 23조1000억원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냈다. 최근 두 달간 나타난 월평균 재정수지 적자가 30조원을 넘었다. 그나마 1월에 7조3000억원 상당의 흑자를 낸 덕분에 1분기 재정적자 규모는 54조원대를 기록할 수 있었다.
관리재정수지는 나라 살림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국세수입 등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수치가 통합재정수지인데, 여기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하면 관리재정수지가 나온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쉽게 말해 들어온 돈보다 쓴 돈이 많아 빚이 늘었다는 의미다.
정부의 수입과 지출이 계절성을 띠므로 재정수지 역시 월별로 일정한 흐름의 그래프를 그린다. 통상 2월부터 6월까지 가파르게 적자가 상승하다가, 6월에 1차 정점을 찍은 후 하반기에 등락을 거듭하다 6월과 비슷한 수치로 연간 수치가 결정된다. 작년 재정적자는 6월 101조9000억원까지 급속히 불어난 후, 하반기에 소폭 더 늘어 연말 117조원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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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을 봤을 때 올해 재정적자는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보인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3년간 재정적자가 100조원 안팎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난 상황에서 100조원대 적자를 다시 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수 펑크에 상저하고 전망도 불투명
1분기 재정적자 규모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연간 재정적자 규모(58조2000억원)의 90%를 넘어서는 규모다. 석 달만에 연간 전망치 턱밑까지 온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경기 둔화로 세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 1분기 걷은 세금(87조 1000억 원)은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했다. 부동산 거래가 줄고 기업 실적, 내수 경기가 나빠지며 소득세(-7조 1000억 원), 법인세(-6조 8000억 원), 부가가치세(-5조 6000억 원) 등 주요 세목이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 등으로 교통세도 6000억 원이나 감소했다.
정부는 올 들어 3월까지 87조1000억원의 국세를 걷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8000억원)을 걷는다고 해도 연말 기준 국세 수입은 371조9000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인 400조5000억원 대비 28조6000억원 정도 적다. 특히 3~5월은 법인세를 분납하는 달이지만 3월 법인세수가 이미 지난해보다 22.6%(6조1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4, 5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반기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이 힘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상반기에 펑크난 세수를 하반기에 상당 부분 메울 수 있다는 기대도 점차 현실성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