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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위기 때마다 방파제 역할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으로 특수한 여건 아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을 설립·운영해 왔다. 특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분야가 대표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오랜 기간 정부가 주도하고 공기업 위주로 운영하는 체제로 자리잡았다. 경제 성장에 따라 민간 기업 참여가 늘어나면서 현 시점에선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공존하고 있지만, 둘은 설립 목적이 다르고 공급망 각 단계에서의 역할이 서로 달라 경쟁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기업은 일반적으로 방대한 규모의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 시장 가격으로는 공급될 수 없는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위험과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 장기 투자회임기간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주로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모두 전 사회의 리스크를 부담하는 역할이다.
에너지 공기업은 에너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방파제로서 충격을 흡수하고, 경제 불안정을 완화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결국 경제 체제를 구성하는 누군가가 위기를 막아줬기 때문에 다른 경제 주체들이 그 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 세계 에너지 수급 불안 상황에서의 에너지 공기업 역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결과 공기업 지출은 확대되고, 채무가 급증했다. 재무건전성은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전력공사는 459.06%, 한국가스공사는 499.62%에 이른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공기업의 경제 안정화 기능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결과 이들의 채무가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채무 한계…건전성 회복시켜야
사회적 위기를 막는 것은 우리가 경제 침체로 이어질 고리를 끊는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공공 부문의 채무에는 한계가 있다. 공기업은 앞으로도 공공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들의 방파제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부담도 염두에 두고 건전성을 회복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