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정부 예금 보호에 '안도 랠리'…은행주 급반등

김정남 기자I 2023.03.15 05:58:58

JP모건 등 은행주 일제히 급등
정부의 예금 보호에 안도 심리
CPI 예상 부합…투자심리 훈풍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모처럼 안도 랠리를 펼쳤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폭락했던 은행주들이 반등했고, 인플레이션 지표 역시 시장 예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다만 SVB 사태의 파장을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사진=AFP 제공)


◇JP모건 등 은행주 일제히 급등

1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5% 상승한 3만2155.40에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68% 오른 3920.56을 기록했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14% 뛴 1만1428.15에 거래를 마쳤다. 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4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87% 오른 1776.89를 기록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0.71% 급락한 23.73을 기록했다. 장중 22.27까지 떨어졌다.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급등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이렇다 할 충격이 없는 와중에 은행주들이 일제히 반등했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2.57%), 뱅크오브아메리카(BoA·0.88%), 씨티그룹(5.95%), 웰스파고(4.58%) 등 초대형 은행들 주가는 일제히 급등했다. 특히 ‘제2의 SVB’ 위기설이 돌며 전날 61.83% 폭락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26.98% 폭등했다. 오후 들어 다소 상승 폭이 떨어졌지만 매수세는 이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모든 예금을 인수해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불안 심리가 가라앉은 것으로 읽힌다.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2.09% 올랐다.

월트 베팅어 찰스 슈왑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나와 “상당한 숫자의 자금 유입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으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는 없다는 것이다. 찰스 슈왑 주가는 이날 9.19% 폭등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가 알고 있는 뱅크런은 더 이상 없고 상황은 차분하다”며 “정부가 암묵적으로 모든 예금을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들의 어려움은 생존 여부보다 수익성 전망”이라고 했다. 글로벌X의 존 마이어 CIO는 “지역 은행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은행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장중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투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무디스는 “SVB와 실버게이트은행, 시그니처은행에서 벌어진 예금 인출 사태와 이들의 파산에 따라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며 “SVB처럼 기업 고객의 예금 보험 한도 초과 예금이 많고 보유 자산의 가치가 큰 폭 떨어진 다른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CPI 예상 부합…투자심리 훈풍

개장 전 나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에 부합한 점도 투자 심리를 살렸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1월(6.4%)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6.0%)와는 같았다. 전월 대비 CPI는 0.4% 올랐다. 이 역시 예상치(0.4%)에 부합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5%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5% 뛰었다. 시장이 당초 예상한 수치는 각각 5.5%, 0.4%였다. 실제 지표는 월가 예상을 약간 웃돌았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주거비(0.8%), 교통서비스(1.1%) 등 서비스 물가는 큰 폭 뛰었다.

시장은 예상에 부합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온 이후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달 2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데 기울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후 현재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을 77.5%로 보고 있다. 전날 65.0%보다 높아졌다. 이날 보고서는 FOMC 전 마지막으로 나온 주요 물가 지표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 공포 속에서 연준은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하며 25bp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뉴욕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였다(채권금리 상승). 현재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399%까지 치솟았다. 전거래일 대비 36bp 이상 오른 수치다. SVB 사태 이후 금리가 급락한데 따른 반작용으로 보인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687%까지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소폭 상승했다. 장중 104선을 돌파하며 104.5까지 뛰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급등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83% 상승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86% 뛰었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64% 하락한 배럴당 71.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2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