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예금을 해지하고 더 높은 금리 상품에 가입하는 ‘예금 갈아타기’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금리를 올리면서 심지어 가입한지 하루 만에 해지하고 조금이라도 금리가 높은 신규 예금으로 갈아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은행 창구는 예금 상품을 갈아타려고 몰리는 고객들로 연일 북적이고 있다.
◇갈아타기 고객 폭증…은행 “바쁘다 바빠”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영업점 곳곳에서는 최근 며칠새 예금 상품을 가입한 고객들의 예금 갈아타기가 속출하고 있어 대면 업무 처리량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서울 강남 서초구의 한 은행 영업점에선 보름도 되지 않아 거액의 예금을 든 자산가들이 고금리의 예금을 다시 갈아타겠다는 상담이 쏟아져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이는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0.3∼1%포인트(p) 상향 조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대표 예금 상품은 금리가 연 5%에 육박함에 따라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예금은 해지하고 갈아타는 것이 수익률이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 갈아타기를 하려는 고객들로 창구 업무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온라인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고객까지 감안하면 이동 수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1000만원~2000만원 단위 예금 고객들도 상담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예금 금리가 언제 오르느냐는 문의도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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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만에 11.5조 시중은행에 몰려
상황이 이렇자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예금 잔액은 이달 11일 기준 771조9746억원이었으며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 12일에는 772조921억원, 13일에는 776조3299억원, 14일에는 783조5003억원을 기록했다. 나흘 만에 11조5257억원의 뭉칫돈이 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5%대에 근접했다.
하나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하나의 정기예금’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금리를 반영해 1년 만기 기준 연 4.6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와 별개로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예·적금 등 총 29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95%포인트 인상해 적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4.55%다. 한 달 전인 지난달 14일(연 3.55%)과 비교하면 1%포인트나 올랐다. 우리은행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지난 13일부터 19개 정기예금과 27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1%포인트 인상했다.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기본금리만으로도 1년 만기 기준 연 4.52%를 적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역시 별다른 우대조건 없이도 연 4.60% 금리를 제공한다. 국민은행도 한은 빅스텝을 고려해 이번 주 중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예금에 따라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은행들의 예금 금리 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