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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김범석 쿠팡 의장..총수 지정 또 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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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석 기자I 2022.01.31 09:00:00

‘총수 정의·요건’ 직접 규정 없는 공정거래법
“外人 총수 지정하려면 규정·법부터 만들어야”
3개월 남은 총수 발표…법 개정 사실상 불가
“대선 후 대기업규제 방향 나와야 급물살”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지정하는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발표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난해 논란이 됐던 쿠팡 김범석 의장의 총수 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사례가 없던 외국인 지정을 위해 먼저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올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일인 요건’ 직접 규정 없는 공정거래법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을 발표한다. 대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집단으로 별도로 발표하며, 대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도 함께 지정한다. 쿠팡은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는 지정됐으나, 동일인은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이 지정됐다.

쿠팡을 창업한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동일인 지정은 모든 대기업집단 규제의 준거점이기에 중요하다. 동일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친족(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 기업결합규제, 공시를 위한 제출 의무 부여 등이 결정된다. 공정거래법 외에도 노무·환경재해 등에 대한 책임도 동일인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40개 이상의 법률이 책임 및 처벌의 준거점을 ‘동일인’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공정위가 쿠팡을 대기업집단에 새로 편입하면서 한국 쿠팡을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데는 그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동일인 제도는 국내 재벌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국 특유의 제도인 만큼 그간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및 하위법령에 동일인에 대한 직접적인 정의·요건 관련 규정은 없다. 현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동일인 요건은 ‘2개 이상 회사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자(법인)’라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역시 ‘사업내용 지배’로 인정할 만한 지분율 및 지배력 기준 등을 제시하고 있을 뿐 총수 지정 관련 조항은 없다. 현 공정위의 총수 지정은 사업내용 지배에 더해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는 방식이라 공정위 자체 판단이 더 중요하다.

이 때문에 공정위 내부에서도 선례가 없는 외국 국적자의 총수 지정을 위해서는 총수에 대한 정의 및 기준 등을 먼저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먼저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으로 명확히 법제화할 필요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명료한 규정 없이 밀어붙일 경우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공정위가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발주한 ‘공정거래 정책의 중장기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법적으로 ‘동일인’이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동일인 지정기준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이 제시되지 않아 규제당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동일인의 정의 및 주요 요건을 법에 규정하되, 세부 사항을 시행령, 고시 등에 위임하여 구체화하는 것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자료 = 공정위)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외국인 총수 지정 관련 법적 검토 및 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경북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 지난해 말 결과물을 받고 검토 중이다. 연구용역에는 외국인 총수 지정에 따른 통상마찰 가능성 등도 검토하기 위해 국제법 전문교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개월 남은 총수 지정…법 개정 사실상 불가

공정위가 대기업 동일인 제도 변경의 선결 조건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올해 5월부터 적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화된 개정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데다 국회에서도 공론화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여야 모두 대선에 몰두하는 상황이라 5월 이전에 논의할 시간을 내기도 사실상 어렵다. 공정위 내부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또 공정위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동일인 친인척 범위 축소(기업집단의 범위)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해당 내용은 현재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4조 제1호 가목으로 규정돼 있어 이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바뀌어야 한다.

학계·재계에서는 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 규정한 동일인 친인척 범위를 4촌 이내 혈족, 배우자 직계존비속 정도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성욱 위원장 역시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공동개최한 학술토론회에서 “탈가족화로 친족 개념이 변화하는 등 사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대기업집단 시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위 제공)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정책은 대통령 선거 이후 당선인의 정책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커 공정위가 지금 뚜렷한 방향을 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법 개정 등 국회와 함께할 부분도 많아 대선 후 외국인 총수 지정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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