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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고 있다. 미국 주택가격이 15년 만에 최대 폭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교외 주택 수요가 강한 데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역사상 최저까지 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집값, 15년래 최대 폭 급등
27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2.0% 급등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10% 넘게 올랐다는 의미다. 2006년 2월 이후 15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이 지수는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다. 2000년 1월을 100으로 놓고 지수를 산출한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어 공신력이 높다.
케이스-실러 지수는 주가 등 다른 자산가격과 달리 팬데믹을 기점으로 변동이 크지 않았다. 본격 급등세를 탄 건 지난해 8월부터다. 지난해 8월 이후 상승률은 5.8%→7.0%→8.4%→9.5%→10.3%→11.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집값 폭등기 레벨에 근접한 것이다. 케이스-실러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역대 최고 오름 폭은 2005년 9월 당시 14.5%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올랐다. 주요 20개 대도시의 지수 상승률은 11.9%를 기록했다. 2014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1.7%)를 웃돌았다.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17.4% 뛰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17.0%), 워싱턴주 시애틀(15.4%), 매사추세츠주 보스턴(13.7%), 플로리다주 탬파(12.7%),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12.5%) 등 대다수 도시가 두 자릿수 오름 폭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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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 수요 급증에 낮은 금리까지
최근 집값 급등은 수급 측면이 첫 손에 꼽힌다. 복잡한 도심 아파트를 피해 넓은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S&P 다우존스의 크레이그 라자라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데이터는 코로나19가 도심 아파트에서 교외 주택으로 이사하도록 부추겼다는 견해와 맞아떨어진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께부터 집값이 폭등한 건 재택근무 도입 시차와 맞물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오히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엄청난 유동성 역시 한몫했다. 지난 22일 기준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2.97%다.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 말만 해도 3.7%대였다. 게다가 미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주택 규제가 한국에 비해 완화적이다. 주식, 원자재, 비트코인 등에 못지않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이다.
다른 주택지표들도 흐름이 비슷하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지난 2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12.2% 급등했다. 1991년 이후 가장 큰 오름 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