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재개발 대첩' 대우 vs 현대ENG…누가 웃을까?

김기덕 기자I 2019.06.27 04:20:00

28일 시공사 선정 앞두고 각축전
대우건설, 3년간 6만여 가구 실적 자랑
현대ENG, 고급 아파트 설계 내세워
서로 "규정 위반" 주장하며 맹 비난도

서울 구로구 고척동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장 위치도.(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2000억원 규모 서울 알짜 재개발 사업장을 두고 맞붙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오는 28일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혁신 특화설계와 이주비 지원, 연대 보증 등 사업자 선정에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쟁점 사항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막판까지 어느 한 쪽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경쟁사 비방 등 네거티브가 난무해 수주전 이후에도 잡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반분양분, 조합원보다 2배 … 28일 진검승부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이날 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 안건을 최종 처리한다. 201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 사업장은 당초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거 참여했지만,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랑만 남아 최종까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면적이 총 4만1675㎡에 달하는 이 사업장은 건립 후 총 843가구 중 70% 비중인 577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전체 조합원 수(266명)에 비해 일반 분양분이 두 배가 넘어 사업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각각 4위, 6위인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대형사에 속해 브랜드 경쟁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만 놓고 보면 대우건설이 업계 2위, 현대엔지니어링은 10위권 밖으로 실적과 노하우 등에 있어서는 대우건설이 앞선다. 실제 최근 3년간 대우건설의 정비사업 준공 실적은 총 6만6868가구인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준공 실적이 없다.

각 사가 제출한 입찰 제안서를 보면 공사비는 3.3㎡당 447만원으로 차이가 없다. 사업비 명목으로 시공사가 조합에 대여해 주는 무이자사업비는 대우건설이 950억원, 현대엔지니어링이 800억원을 제시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한 ‘힐스테이트 루미너스’ 조감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건설사 브랜드 경쟁력이나 정비사업 경험 등에 있어서는 대우건설이 앞서지만 단지 특화설계나 등 외관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약간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디자인설계 업체 ‘DRDS’사와 협업을 통해 ‘H 디자인’ 특화 설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척동에 고급아파트 상장인 ‘스카이 커뮤니티’를 최초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H 디자인을 특화한 펜트하우스, 전체 1층 필로티 설계를 통한 호텔식 로비, 추가 서비스 발코니 제공 등 명품 외관 설계에 최대한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2개 동에 스카이 커뮤니티를 짓고 확장형 주차공간, 미세먼지 차단서비스 등에 집중해 입주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강남권 수주 실적 등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이 우세하겠지만 강북권 재개발을 통해 들어서는데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측면이 있어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구역 개발 조감도.(대우건설 제공)
◇이주비 추가 대출·연대보증 둘러싸고 갈등

이번 수주전 판세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은 이주비가 될 전망이다. 당초 대우건설은 조합원 이주비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기본 이주비 40%· 추가 이주비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LTV 80%(기본 이주비 40%·추가 이주비 40%)를 내세웠다. 다만 수주전이 치열해지면서 대우건설은 조합원 사업비 중 일부를 이주비로 추가 지원(15%)해 LTV 85%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규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는 사업비 중 일부로 15% 추가 이주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주비는 보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조합원 사업비로 생색을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오히려 현대엔지니어링의 추가 이주비 무이자 조건 자체를 문제 삼고 나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금융권이 아닌 자체 자금으로 추가 이주비를 지원해 이자부담이 전혀 없는 걸로 홍보하는데 도시정비법상 이는 엄연히 불법”이라고 말했다.

연대 보증 문제도 논란거리다. 입찰에 참여한 두 회사가 조합측에 제시한 공사도급 가계약안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사는 공사 계약 등과 관련 조합 임원 및 대의원, 조합원들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조합원 내부에서는 사업 지연 등이 발생할 경우 건설사들의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15년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시공사-조합 간 연대 보증 금지조항을 신설했기 때문에 시공사 계약에서 이를 따로 명문화 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미계약분이 대거 발생해 미분양이 날 때 건설사가 추가로 공사비를 올리지 않는지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제안서 비교.(고척4구역 조합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