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봉준호 '황금종려상', 공연계도 글로벌화 적기

장병호 기자I 2019.06.03 05:4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화는 칸영화제 같은 국제영화제가 있고 미술은 베니스비엔날레가 있는데 공연예술은 왜 이런 국제적인 상이 없는 걸까.”

최근 공연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들은 푸념 섞인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바라보는 공연계의 반응은 ‘부러움과 아쉬움’이다. 국제 무대에서의 성과와 이를 통한 국내외 홍보는 공연계에서도 절실하다. 그러나 ‘수상’을 목표로 하기에는 대중이 알아줄 만한 시상식이 없다는 것이다.

작품의 대중적인 인식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빠져 있다는 점이 아쉽다. 트로피가 공연예술의 성과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우연 남산예술센터 극장장은 “공연예술계에도 상은 있지만 칸영화제처럼 국제적인 공신력이나 파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끊임없는 예술적 성취를 이뤄낸 예술가들이 국제적인 교류를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공연예술가들이 해외에서 주목을 받으며 창작 및 교류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대무용가 안은미는 지난해 현대무용의 성지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의 ‘떼아트르 드 라빌’의 상주 안무가로 선정됐다. 해외가 먼저 안은미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다. 국악 록 밴드 잠비나이, 피리연주가 박지하 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으며 왕성하게 공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들의 인지도는 해외와 비교해 크게 낮다.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중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칭얼거림밖에 안된다. 대중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공연예술계가 짊어져야 할 숙제다. 온라인, SNS를 통한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대중문화 콘텐츠와의 접점을 발굴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다.

더욱이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팝 시장 석권 등으로 전 세계가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을 주목하고 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를 공연과도 연계한 ‘융합 콘텐츠’로서 영향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연계도 지금이 쌓아온 저력을 국내외로 알리는데 힘을 쏟을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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