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정 기자 '독재자' 질문에 말잃은 文대통령..."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네"

박지혜 기자I 2019.05.10 01:10:2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 생방송 중 진행자인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가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날 송현정 기자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과 마주 앉아 1대 1 대담을 나눴다.

송 기자는 이번 대담에서 “자유한국당은 ‘야당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하는 것 아닌가. 독재자라는 말을 들으셨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라는 질문을 거리낌 없이 던졌다.

문 대통령은 “이…저…”라고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를 독재, 그냥 독재라고 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니까 색깔론을 들어서 ‘좌파독재’라고 규정짓는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마치고 진행자인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처럼 송 기자의 다소 공격적인 질문과 문 대통령의 솔직한 반응은 질문 내용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한 대담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기존과 같은 기자회견 대신 이러한 인터뷰 형식의 대담을 요청한 것은 문 대통령으로, 솔직하고 깊이있는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역시 현직 기자와의 대담이기 때문에 곤란한 질문이 많이 제기될 것이라는 걸 예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기자의 질문 내용과 표정, 태도 등에 대해 온라인 상에선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질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을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기 보다, 송현정 기자가 반대 입장을 대표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송현정 기자가 문 대통령의 말을 자꾸 끊는 게 무례해 보였다”는 의견과 “적어도 ‘짜고 치는 고스톱’ ‘공영 언론의 비위 맞추기’ 식의 비난은 안 나올 것 같다”는 의견이 대립됐다.

사진=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 방송 캡처
더군다나 북한이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의 대담을 3시간 30분여 앞두고 닷새 만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또 발사하면서 시청자 역시 예민해진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도 2년 동안의 소회를 전한 뒤 곧바로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관련 입장을 신속하고 집중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다소 까칠하고 긴장감이 감돈 문 대통령의 첫 대담 방송은 시청률 9.55%를 기록했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9시 57분까지 KBS 1TV, MBN, 연합뉴스TV, YTN 4개사가 방송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시청률은 이같이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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