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맥주 공세에 국산 출고량 뚝뚝
주세법 개정(종가세→종량세) 작업이 주춤하자 수입맥주업계는 국내 맥주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세계 맥주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중국의 맥주회사 ‘화윤설화’가 국내에 들어와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을 펼친다. 화윤설화는 국내 주류 수입 및 도매상인 현원코리아를 통해 설화의 ‘슈퍼엑스’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설화’는 중국 1위 맥주로, 현지에서 ‘칭따오’보다 판매량이 많다.
국내 맥주시장은 이미 수입맥주에 잠식당하고 있다. 수입맥주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20%가량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맥주 수입량과 점유율은 매년 크게 늘었다. 2014년 11만8000㎘, 2015년 16만8000㎘, 2016년 22만1000㎘, 2017년 32만7000㎘, 지난해 38만7981㎘를 기록했다. 수입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4년 6%, 2015년 8.5%, 2016년 11.1%, 2017년 16.7%로 집계됐다.
|
주요 대기업 맥주공장 가동률은 30%대(2018년 기준 하이트진로 37%·롯데주류35%)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던 수입맥주 조차 반은 해외에서 생산한 후 역수입하는 병행수입을 하는 실정이다. 오비맥주는 전량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던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제품 중 캔 제품은 해외에서 생산해 역수입하고 있다. 관세와 물류비를 내더라도 국산 제품보다 주세를 훨씬 덜 낼 수 있어 저가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관세포함)에 주세(수입신고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10%)를 더해 초기 가격이 설정되고 국산맥주는 출고원가(제품원가+판매관리비+이윤)에 주세(출고원가의 72%)와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10%)를 합해 공장 출고가가 정해진다.
이 같은 과세체계상 국산맥주는 상대적으로 높은 출고원가에 72%의 주세가 붙기 때문에 주세에 근거해 따라붙는 교육세, 부가가치세가 높아진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를 낮게 책정하면 주세 등 각종 세금 역시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세금을 덜 낼 수 있고 소비자가격도 낮게 설정할 수 있다.
◇주세개편 시급한데 국회 발목에 ‘스톱’
상황이 이러한데도 올해 주세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정부는 이달 내 조세재정연구원의 ‘주세 개편안’ 용역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을 거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조세소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지만 맥주에만 종량세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이 여전해서다.
|
그러나 전체 주종 모두 종량세 도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나오는 만큼 이견을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앞서 국회 기재위 소속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맥주에 국한한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한 바 있다.
맥주업계에서는 우선 피해가 가장 큰 맥주부터 종량세로 전환한 후 단계적으로 전체 주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불공정 경쟁으로 국산맥주 산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맥주와 관련한 종량세 도입은 이견이 없는 만큼 우선적으로 조세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