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 효과를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사업장별 최저임금 영향 조사결과’ 중간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일용직의 계약종료 등 고용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은 업체가 존재한다”고 시인한 것이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도소매·음식숙박 등 취약업종 70여 업체에 대한 심층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 조사의 최종 보고서는 내달 중 나올 것이라 한다.
조사결과 도소매업은 생산성 향상이나 가격 인상이 어려운 사업장에서 주로 영업시간 조정 및 근무시간 단축 등의 형태로 고용감소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숙련기간이 필요한 공단 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고용은 유지하되 근무시간 단축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악화는 무관하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결과가 고용부 조사에서 나온 것은 예상 밖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겠느냐 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그러나 조사대상 업체가 적기 때문에 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미리부터 유보적인 입장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최근 “다음달부터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조사결과를 기초자료로 활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어제 국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도 최저임금 정책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으나 정부는 기존 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고용동향을 보고받고 “민간부문 일자리 확충이 부진한 만큼 혁신성장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먼저 최저임금의 높은 벽을 허물지 않고는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급등의 파고를 혁신으로 넘어설 업체가 도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정부는 최저임금 정책의 속도 조절에 더 이상 머뭇거려선 안 된다. 종업원을 줄이고 근무시간을 조절하느라 막상 영업에는 신경도 못 쓴다는 영세업체들의 하소연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근본 대책을 외면하면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부수적인 방법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