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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급락에 역전세난(전세 수요에 비해 입주 물량이 많아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주택 임차 시장이 세입자 우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져 새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수천만원씩 ‘웃돈’을 마련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입자들은 더 저렴한 전세로 옮기거나, 큰 액수의 보증금을 내 주기 힘든 집주인에게 내린 보증금 만큼의 이자를 요구하는 이른바 ‘역월세’도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전셋값 급락에 세입자가 甲
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셋값은 올 1월 들어 0.03% 내리며 하락 반전하더니 2월에는 0.17% 약세로 낙폭을 키웠다. 작년 9월 2.85%까지 뛰었던 매매값은 지속 하락, 올해 2월 0.05% 내리며 하락 전환했다. 매매값도 하락하고 있지만 전셋값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세입자가 ‘갑’인 세입자 우위 시장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KB전세수급지수는 87.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1월(65.8)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전세 수요와 공급 중 어느 쪽이 많은지 조사해 산출하는 것으로 100을 넘으면 수요가, 100 미만이면 공급이 많다는 의미다. 공급이 늘어나면서 세입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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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 2년전 대비 하락 아파트 급증
실제 지난해 기준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떨어진 아파트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정보 서비스 직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내린 아파트가 38.6%로 증가했다. 서울은 13.2%, 수도권은 29.7%였으며 지방은 51.3%로 절반 이상이 2년전 전세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2016년까지는 2년 전보다 전세보증금이 하락한 아파트 비중이 전국 10% 미만, 수도권 5% 미만, 지방 20% 미만이었다. 2017년부터 2년전 대비 낮은 가격에 계약되는 아파트 전세 계약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년 전 대비 아파트 전세보증금 차액은 수도권의 경우 2016년까지 증가추세가 이어졌으며 평균 6000만원 이상을 유지했다. 지방도 상대적으로 낮지만 2016년 2000만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2017년부터 2년 전 대비 전세보증금 차액이 줄어드는 추세로 전환했으며, 지방은 2018년부터 평균 마이너스로 반전했다. 2018년 4분기 2년 전 대비 전세보증금 평균 차액은 전국 388만원, 수도권 1113만원, 지방은 마이너스(-) 825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제 때 이사를 가지 못하고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위험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등을 미리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보증금이 크게 하락했다고 해도, 임대인의 신용도와 자금 여력에 따라 미반환 위험은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며 “전세가격 하락 사례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임차인 보호 차원에서 시장 모니터링과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