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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약품, 외부자금 실탄 확보…신약개발 '총력'

강경훈 기자I 2018.10.14 09:22:30

안트로젠 주식·항암제 개발권 매각해 800억 마련
투자한 미국 바이오벤처 잇단 성과
덴마크 파킨슨병 치료제 벤처 인수

부광약품 중앙연구소.(사진=부광약품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신약개발을 위한 부광약품(003000)의 전략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시험, 상용화에 이어지는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보다 우수한 후보물질이나 이를 확보한 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창출하는 한편, 이를 다시 자체 신약개발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부광약품은 줄기세포 바이오벤처 안트로젠(065660)의 주식을 8월과 9월에 지속적으로 매도, 총 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부광약품이 이번에 회수한 금액은 2000년 안트로젠을 설립할 당시 투자한 금액(약 40억원)을 훌쩍 뛰어 넘는 액수다. 아직도 1000억원 이상의 안트로젠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부광약품은 지난달 항암제인 리보세라닙(도입 당시 성분명 아파티닙) 개발권 일체를 HLB생명과학에 400억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리보세라닙은 2009년 부광약품이 개발권을 확보한 신약으로 지금까지 관련 연구·개발에 4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이 밖에 부광약품은 허혈성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벤처 아이진(185490)에 28억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128억원을 회수했다. 100만달러를 투자했던 미국 제약사 콜루시드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인 릴리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410만달러를 확보하기도 했다.

현재도 부광약품은 나스닥에 상장한 희귀의약품 바이오벤처인 에이서 지분 7.3%를 보유하면서 4대주주에 이름이 올라 있다. 미국 및 유럽의 유망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는 캐나다 TVM캐피탈의 펀드에도 113억원을 투자했다. 부광약품이 80만달러(약 9억원)를 투자한 오르카파마는 개발 중인 항암제를 릴리에 기술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부광약품은 최대 330억원의 이익을 챙기게 됐다.

부광약품은 바이오벤처 투자·매각 외에 신약 공동개발도 활발하다. 2016년 유럽 솔루랄파마로부터 개발권을 도입한 전립선암 치료제 ‘SOL-804’는 내년 임상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멜리어와는 2013년 당뇨병 신약 ‘MLR-1023’에 대한 아시아 지역 판매권 및 아시아 외 지역의 이익 50%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 현재 글로벌 임상2b상을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2014년에는 아예 파킨슨병 관련 운동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던 덴마크 콘테라파마 지분 전체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부광약품이 공동개발 방식으로 확보한 신약 후보물질은 총 6개다. 이 중 3개는 임상2상 이상을 진행하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간접적인 투자까지 합칠 경우 후보물질은 13개에 달한다”며 “신약개발 전 과정을 모두 도맡아 진행해야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기술은 아니지만 외부 유망한 기술을 초기 단계에 투자, 몸집을 키워 되파는 방식도 얼마든지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507억원으로 제약업체로는 몸집이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매출액 중 20% 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만큼 기술력만큼은 중요하게 여긴다. 업계에서는 부광약품이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보비르는 2006년 부광약품이 자체 개발한 국산 신약이다. 하지만 임상시험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과 함께 근무력증 등 부작용이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레보비르 매출액은 연간 1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레보비르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역설적으로 기술력의 중요성과 함께 외부와의 협업으로 시야를 넓힌 계기가 됐다”며 “외부 투자로 든든한 자금을 확보한 만큼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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