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재계 관계자는 “1년 가량 구치소에 있으면서 재판 준비에 집중하다보면 경영 현안을 다 챙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주요 현황을 다시 점검하며 생각을 정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부근 “스피드경영 박차”…JY 복귀 염두 해석
하지만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조만간 현황 파악을 끝내고 지난해 2월 구속 직전까지 강력하게 추진해온 삼성의 사업구조개편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류는 ‘총수 부재’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을 맡아온 윤부근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의 발언에서도 감지할 수 있었다.
윤부근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간담회에 참석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스피드경영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이 부회장 석방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윤 부회장은 “(이재용)부회장하고 변호사의 입장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더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면서도 ‘스피드경영’이란 화두를 통해 총수 복귀에 대한 기대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7’를 앞둔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선단장 없이 고기를 잡으러 가는 게 외부에선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희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워낙 변화가 빨라서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잠도 못 자고 참 무섭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 윤부근 부회장이 총수를 선단장에 비유해 위기를 언급한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직후에 나온 발언이라 주목을 끌었다.
윤 부회장이 총수의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삼성 특유의 스피드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답한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사업 재편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평창올림픽 등 대외 행사 통한 경영 재개 가능성
이 부회장의 첫 행보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각국 정상급 인사와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글로벌 기업 대표들이 모이는만큼 이 부회장이 현장을 찾아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 후원사이고 구속 수감으로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치고 국제 사회에 존재감을 다시 드러낼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의 대외협력 총괄인 윤 부회장도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여부에 대해 “다른 출장이 있다”며 사실상 불참 의사를 밝히며 이런 가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의 주요 기념일이나 행사 등을 계기로 삼아 이 부회장이 활동을 재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선 오는 12일인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탄생에 맞춰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 또 3월에는 ‘삼성그룹(삼성상회) 창립 80주년’ 기념행사와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 등을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과 향후 사업 방향 등에 대해 소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비공개로 지난해 7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평택 반도체 공장이나 별도 집무실이 있는 수원 본사 등은 조만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차, 5G 이동통신 등 새로운 시장·기술 흐름에 따른 인수합병(M&A)이나 조직·사업 개편 등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동안 거론돼 온 삼성전자의 이사회 중심 투명경영과 대규모 투자 등 중장기 경영 전략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다음달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