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8월 15일(화) 15시에 이데일리 IB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이데일리 증권시장부 함정선 기자] 롯데그룹이 연말까지 공격적인 자금조달을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에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데다 10월 지주사전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모와 사모로 9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쇼핑(023530)이 또다시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롯데마트에 긴급 수혈했던 자금 3600억원이 이달이면 바닥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사모로 1500억원을 발행했으나 이 금액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며 추가 운영자금이 필요한데, 3월부터 8월까지 3600억원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적어도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업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중국의 롯데마트가 임차료와 직원 임금 등으로 한 달 필요한 자금은 900억원을 넘어선다.
무엇보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AA+', 우량등급으로 낮은 금리를 내세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다. 롯데그룹으로서는 회사채 카드만큼 효율적인 자금조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사드 여파로 호텔롯데의 상장이 불발되며 10월로 예정된 지주사전환에 따른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계열사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고 투자회사를 합병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달 29일 열리는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이를 승인해 10월1일 통합법인을 출범하는 것이 목표다.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칭)는 출범 후에 일부 순환출자 고리를 풀기 위해 자회사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또한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도 응해야 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전망이다.
증권가는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 비용과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자회사 지분 획득 비용으로 4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스왑을 활용해 소요 자금을 줄여도, 최근 그룹 전반적으로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자금을 시장에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텔롯데의 IPO가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롯데그룹의 자금 조달 선택의 폭도 넓지 않다. 호텔롯데 영업가치의 핵심인 면세 부문 실적이 사드 보복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사드 보복 이전 12조원 규모였던 면세부문 영업가치가 사드 보복 후에는 6조원 수준으로 반토막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사드 보복에 따른 운영자금이나 지주사 전환 외에도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 등 새로운 영업 기조에 따라 회사채 시장을 지속적으로 노크할 전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뉴롯데'를 선언하며 기업 경영원칙을 공격적인 투자로 바꾸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동안 무차입경영을 했던 '현금부자' 롯데그룹의 공격적인 자금 조달 행보를 보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주요 계열사들이 내수 부진, 사드 보복 등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차입금 의존도까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8월 초까지 롯데쇼핑 9600억원 외에도 호텔롯데가 7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롯데칠성음료 4000억원, 롯데제과 2800억원, 롯데케미칼 1900억원, 롯데건설 1500억원 등 그룹이 8월까지 3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긴 시간 지켜왔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신용평가3사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아두고, 면세점 사업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AA+' 신용등급을 'AA'로 하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별로 필요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하게 될 것"이라며 "이전과 다르게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