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확 줄고 입주권 거래 막히고…재건축 조합원 '발동동'

정다슬 기자I 2017.08.14 05:30:00

투기과열지구 이주비 대출 LTV 축소
세입자 보증금 반환, 이주계획 세웠던
조합원들 ''오도가도 못할판'' 볼멘소리
입주권 처분도 못해 자금수혈 꿈못꿔
지난달 이주비 신청단지는 규제 비켜가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과천·세종 등 투기과열지구 내의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역시 대출규제가 강화된다. 갑자기 대출한도가 줄어들거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합원들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인근 한 상가에 공인중개사무소가 몰려있는 모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주비 대출이 안 나오면 전셋집은 커녕 세입자 돌려줄 돈도 없어요. 사채라도 써야 할 판입니다” (장위뉴타운 재개발 조합원 A 씨)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8·2부동산대책으로 지난 3일부터 서울·과천·세종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이주를 할 계획이었던 이들은 자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처지다. 도저히 자금 조달이 되지 않을 경우 입주권(조합원 분양권)을 매도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면서 진퇴양난이다.

◇투기지역 내 대출 있으면 이주비 못 받아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소유자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통상 사업시행인가일 기준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LTV 60%(기본이주비 30%+추가이주비 30%)를 적용받았다. 그러나 8·2 대책으로 지난 3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않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이주비 대출의 LTV 한도가 40%(기본이주비 30%+추가이주비 10%)로 줄어든다.

당장 내년 분양을 앞둔 개포주공1단지가 규제 적용을 받는다. 개포 주공1단지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오는 9월 마무리하고 연내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8·2대책 대출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가장 저렴한 전용면적 35㎡의 이주비 총한도(기본이주비+추가이주비)가 1억3918만원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있으면 LTV 한도가 10%포인트 추가로 줄어든다. 투기지역 내에 주택담보대출이 있을 경우 대출을 상환하지 않으면 아예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주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이주비 대출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내달 이주를 앞둔 개포주공4단지는 이주금 대출 한도가 감정평가액의 60%까지 나온다. 아직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않아 8·2 대책 대상에 포함됐지만 지난 달부터 이주비 신청을 받아 대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간발의 차이로 강화된 규제를 피하게 됐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과천·세종 등 투기과열지구 내의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역시 대출규제가 강화된다. 갑자기 대출한도가 줄어들거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합원들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출비율 큰 조합원 ‘직격타’…세입자 많은 다가구도 ‘고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주비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조합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먼저 대출을 껴서 재건축·재개발 구역 내 주택을 구입한 이들 중 이주비 대출을 통해 이를 상환하려고 했던 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집값이 크게 올랐던 시기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조합원 지위를 획득한 이들은 더욱 곤란한 처지가 됐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증권 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는 “분양권 매도 차익을 노린 단기투자자들 가운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입주권을 산 경우가 적지 않다”며 “대책 발표 후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주택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 조합원들은 조합원 입주권을 파는 것도 여의치 않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이 설립된 재건축 사업장은 지난 3일 이후 입주권 양도가 전면 제한됐다. 재개발 역시 오는 9월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개정되면 오는 12월부터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조합은 입주권을 양도할 수 없다. 현금 청산 대상 아파트 입주권을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팔지 못하는 셈이다.

용산구 한남동 A공인 관계자도 “세입자가 여럿 있는 다가구 주택의 경우 합산 보증금액 규모가 수억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이주비 대출한도가 줄어들거나 막히면 타격이 크다”며 “마땅한 자금 조달 방법이 없는 조합원에게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가 막히기 전 입주권 처분을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비 한도 늘려라”…조합 비상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입주권 거래규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안 마련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조합 임원들이 집단 항의차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는 추가분담금 대출시점을 입주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입주 이후 추가분담금 대출을 받으면 ‘새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LTV 한도는 40%로 줄어들지만 담보가치가 높아져 전체적인 대출금액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덕주공3단지 역시 이주비 대출 만기를 입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이주비 대출 한도 축소는 재건축·재개발 시공사를 선정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주비 대출 등이 막힐 경우 시공사의 신용을 담보로 하는 신용대출 등의 수단을 당연히 신용등급과 시공능력 평가 등이 높은 시공사일수록 대출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작구 흑석3구역은 이주비 한도가 종전대로 지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시공사인 GS건설로부터 직접 차입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금융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사업비가 늘어나 결국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민원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기지역에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경우 신규 주담대를 받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살펴봐야 하는 경우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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