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5년 5월 문을 연 ‘연희동 사진관’에서는 흑백 폴라로이드·흑백 필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김규현(31) 연희동 사진관 대표는 “디지털 사진에 익숙한 20~30대에게 흑백 사진이 주는 생소함은 특별한 느낌”이라며 “필름과 달리 찍고 나서 1분 만에 사진을 확인할 수 있어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본격적으로 사진 작가의 꿈을 키운 그는 2006년 서울예대 사진학과에 진학, 군 복무 중에 사진병으로 활동했다. 2011년 초 대학을 졸업한 뒤 그해 10월 웨딩 스튜디오 문을 연 그는 4년 가까이 신혼부부 웨딩사진을 찍었다.
“어느덧 밥벌이가 된 모습이 학창 시절 꿈꾸던 사진작가의 길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려한 스튜디오를 뒤로 한 채 한적한 연희동 주택가 오거리에 사진관을 연 이유다. 그와 얘기를 나눈기 시작한 지 30분쯤 지났을까. 남녀 한 쌍이 “흑백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러 왔다”며 들어섰다. 기회는 단 한 번뿐,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표정 바꿔 짓기를 반복하자 서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찰칵’ 소리와 함께 직사각형 폴라로이드 사진이 나왔다. 남녀는 하얀 바탕 위로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
기회가 한 번뿐인 탓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려 배려한다. 촬영에 필요한 것 외 다른 의자들은 모두 입구 쪽을 바라보게 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쑥스러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는 최근 방문한 할아버지와 딸, 외손자 가족을 꼽았다. 그는 “얼마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손자와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는 걸 알고 외할아버지가 손자와 같이 사진을 찍겠다며 찾아 오셨다”며 “마침 사진도 잘 나와 가족에게 부탁해 그 사진을 가게에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도 이제 흑백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유일하게 흑백 폴라로이드용 필름을 생산하던 일본 후지 필름이 지난 3월부터 필름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비롯해 흑백 사진을 찾는 움직임이 한때 유행이 아닌 모두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