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책이 미국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ICT 경쟁 속에서 (미국 정부 정책에 따르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들과 국내 기업간 역차별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방통위가 연구반을 통해 만든 ‘서비스 차별적 조건·제한 부과 금지행위 세부기준(5안)’ 적용 범위에는 외국사업자 의제 조항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위법성 판단기준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예측 가능성이 적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인가한 이용약관에 근거한 서비스도 규제받을 수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반 경쟁법 규제와 중복될 수 있다는 문제점 등이 제기된다.
방통위 고시안은 이통3사와 네이버·카카오처럼 영향력이 큰 네트워크·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금지시켜야 ICT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좋은 취지를 갖는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망중립성·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구체적인 유형에 대한 규제는 신중하다는 점, 3기 방통위 임기 종료가 1~2달 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다른 정부조직과의 중복규제가 예상된다는 점 등은 문제다.
방통위가 설 연휴 직후 해당 고시안에 대한 입법 예고를 강행하는게 아니라 공개 토론회 같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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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애플이 근거리무선통신(NFC)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애플페이 용도로만 쓰고 다른 사업자에는 공개하지 않는다며 전기통신통신사업법상 아이폰 이용자에 대한 이익 침해(서비스 차별적 조건·제한부과)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나, 방통위 고시안에 따르면 규제할 수 없다. 규제 대상이 전기통신사업자이기때문이다.
또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눈에 잘 띄는 부분의 90% 이상에 자사 제품을 노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는데 미국 법에선 처벌 조항이 없다.
하지만, 네이버나 다음은 똑같은 상황에서 검색 중립성 위반으로 판단돼 금지행위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망중립성과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풍부하고 투명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변재일 의원실 관계자는 “법률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은 법치 행정의 요체인데 방통위 고시안은 규제 대상이 너무 포괄적이고 적용범위도 모호하다”면서 “상위법에서 위임한 권한의 범위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연구반 최종안인 5안에 이어 6안까지 준비중이라고 해명하지만 추가 의견 수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미국의 망중립성 정책은 일대 변화를 맞을 조짐이다.
아짓 파이가 FCC 위원장으로 선임되면 △유선뿐 아니라 무선 통신사(ISP)에게까지 부과했던 커먼 캐리어(상호접속·비차별 의무)나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채널 및 프로그램 편성 정보를 외부 셋톱박스 제조업체 및 인터넷기반 방송 플랫폼에도 제공토록 강제하는 ‘셋톱박스 개방정책’ 같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망중립성 정책들이 뒤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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