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가 1.5% 시장인 한국에 공을 들이는 이유

강경훈 기자I 2017.01.23 05:00:00

MSD 한국을 우선순위 10대 시장에 선정
임상시험 국가 배정율 27위서 9위로 성장
전국 224개 병원이 MSD 임상시험 참여
세계 3번째로 한국어 매뉴얼 발간도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MSD는 매년 약 400억 달러(약 47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약 공룡이다. 2015년 기준 노바티스, 화이자, 사노피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세계 14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 MSD는 이 중 10개국을 ‘Top 10 우선순위 시장’으로 정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10개국에서 올리는 순이익이 전체의 75%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많이 팔고 많은 이익을 내는 나라에 공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톱10에 든 나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에 이어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MSD의 2015년 매출은 5691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395억 달러. 약 46조7800억원)의 1.2%에 불과하다. 고작 1% 내외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하는 나라에 글로벌 제약사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MSD는 한국의 현재 상황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제약사 임상시험 2011년 298건에서 2015년 541건으로 증가

MSD에 따르면 우선순위 시장에 들면 본사 차원에서 신약허가를 우선 지원한다. 정부에서 제출하라는 수많은 자료를 우선 지원하기 때문에 국내 신약허가 승인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한국MDS 관계자는 “한국지사에서 허가 요건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본사에 지원을 요청하면 글로벌 차원에서 동시개발 프로그램이 가동된다”고 말했다.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전세계 3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젯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출시됐다. 통상적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신약이 국내 승인을 받기까지 평균 1년이 걸리지만 키트루다의 경우 FDA 승인 후 6개월만에 국내 승인을 받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흑생종 환자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전세계 어느 환자들보다 빨리 치료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임상시험도 활발하다. MSD의 국내 신규 임상유치 건수 순위는 2009년 10위에서 2015년 3위로 늘었고, MSD의 전세계 국가별 임상시험 배정율 역시 2011년 27위에서 2015년 9위로 성장했다. 2016년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MSD의 글로벌 임상시험은 62개로 여기에 전국 224개(중복 포함) 병원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MSD 관계자는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세계 제약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아젠다를 설정해 제약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외국계 기업이 북핵 문제 등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MSD는 한국 제약업의 성장세에 주목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을 목표로 하는 ‘PHARMA KOREA 2020’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수준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006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다국가 임상시험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2013년에는 전체 임상 규모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또 제약사의 임상시험은 2011년 298건에서 2015년 541건으로 연평균 8%씩 성장했다.

MSD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과 항암제 대상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MSD는 신약 후보물질 탐색 단계부터 국내 연구기관을 지원해 한국의 항암 신약후보물질을 글로벌 신약으로 성공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한국MSD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한 대부분의 외국계 제약사들이 본사의 약을 들여오는 업무에 치중하는데 비해 MSD는 국내에서 신약후보물질을 찾고 라이센싱 업부만 담당하는 ‘한국 담당 전문가’가 따로 있을 정도로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과 협력

MSD의 약 중에 ‘코자XQ’라는 고혈압 복합제가 있다. MSD는 2009년부터 전세계 50여개 국에서 이 약을 팔고 있는데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한미약품(128940)에서 생산한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이 바로 코자XQ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도 아모잘탄과 마찬가지로 한미약품이 만들어서 MSD를 통해 세계 23개국에 수출된다. 한미약품이 MSD와 협력할 수 있었던 비결은 MSD의 까다로운 품질관리 요구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MSD가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MSD의 이름을 달고 나가기 때문에 협력 초기부터 글로벌 스탠다드를 맞춰줄 것을 요구했고 다행히도 한미약품이 이를 지켜줬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도 “MSD와의 협력이 한미약품의 시스템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됐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MSD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하지만 직접 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파트너로 정해 진출했다. MSD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SB4, SB2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부터 임상시험, 해외 허가까지 마친 약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허가를 끝내면 MSD가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이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중인 휴미라, 허셉틴(유방암 표적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도 MSD가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하게 된다.

테오도라 비빌라 머크(MSD의 미국 및 캐나다 사명) 바이오시밀러사업부 총책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업력은 길지 않지만 개발 및 연구부분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협력을 통해 양질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MSD의 파이프라인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MSD 한국 관련 기여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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