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우의 스카이토피아]DJI 팬텀4, 여행이 영화가 되다

채상우 기자I 2016.07.17 06:00:00

김민희 작가 르포 기고

김민희 작가가 일본 훗카이도 평원에서 찍은 자신의 모습. 사진=김민희
[김민희 작가]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남자 주인공 조엘(짐 캐리)과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릿)은 얼어붙은 새하얀 호수 위에 누워 서로를 바라본다. 이들에게 닥쳐올 일들을 표현한 듯한 얼음에 새겨진 크랙도 인상적이지만, 이 명장면이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남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미묘한 감정과 스토리를 한 프레임 안에 담을 수 있게 ‘항공 샷’으로 촬영한 점도 큰 몫을 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한다. 내가 느끼는 자연의 광활함, 푸르름, 그 감동을 고스란히 누군가에게 전하기가 참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사람의 시각에서 대자연의 감동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대지의 고도, 날씨, 카메라 사양 등 모든 요소가 한 큐에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남들과 같은 목적지로 비행기를 타고 가더라도 나만이 찍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추억을 남길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차에 난 4박 5일간의 홋카이도 여행에 팬텀4를 들고 가기로 결심했다.

필자는 드론을 사용한 지 4개월 된 초보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호버링과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장애물 회피 기능을 중심으로 봤다.

김민희 작가 촬영한 훗키아도 농촌의 풍경. 사진=김민희
대부분의 입문자가 팬텀 3와 팬텀 4 사이에서 고민을 하지만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전문가 같은 초보자의 영상”을 만들어줄 스마트 기능이었다. 피사체 추적 기능과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안정적인 호버링(제자리 비행)을 통해 영화의 한순간 같은 장면을 포착하길 기대하며 팬텀 4를 선택했다.

드론을 들고 가는 여행엔 몇 가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배터리 규제와 기체 반입 규정과 현지 비행 규제를 포함해 간단하게 알아보고 짐을 싸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국토부의 리튬배터리 항공 수송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드론 기체에 장착된 160Wh 이하 배터리는 기내 휴대 및 수화물이 모두 허용되며 160wh 이하의 여분 배터리는 인당 2개씩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여행의 목적이 촬영은 아니었기 때문에 배터리 3개로도 매일 저녁에 충전하고 차에 싣고 다니기엔 충분했다.

컨트롤러와 배터리 등 이것저것 챙겨가야 한다는 점이 거추장스럽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팬텀 4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드론 본체에 충전기, 컨트롤러, 프로펠러 2세트, 배터리 3개까지 기본으로 제공되는 케이스에 다 담을 수 있어 비행기를 탈 때나 이동 중에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매우 컴팩트한 전문 방송 장비를 들고 다니는 듯한 느낌은 덤.

김민희 작가 촬영한 훗키아도 농촌의 풍경. 사진=김민희
그렇게 시작한 일본 홋카이도 여행. 꼭 가봐야 하는 도시와 숙소만 정해놓고 드론과 캐리어 하나만 싣은 채 비행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이내 맞이한 해변의 국도. 로드 트립의 묘미라고 한다면 단연코 우연과 의외성이 주는 희열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목적지를 향하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일정 따위는 잊고 차를 세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멋.

예전에 다녔던 여행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멈추는 포인트마다 드론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다. 항공사진은 기존의 사진들과는 차별화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파도에 부서지는 산호초, 색색의 지붕들이 있는 마을의 전경, 언덕 위 밭들이 만들어낸 기하학적 모양 등 한 장, 두 장 찍다 보니 어느새 그 맛에 빠져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기도 했지만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드론은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줬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주인공들이 얼음 위에 누워 천사를 만들던 장면, 그런 장면을 나도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팬텀 4는 그런 즐거움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초보자도 비행법만 손에 익히면 일반인들에게 자신을 프로페셔널로 소개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조작성이 압권이었다.

김민희 작가가 촬영한 훗카이도 바다의 전경. 사진=김민희
여행 중에 한 번은 밭에 핀 감자꽃과 보리밭이 아름다워 밭 주인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영상촬영을 했다. 불안해하는 주인분에게 프로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본의 아니게 살짝 거짓말을 보태게 됐는데, 결론은 한 번도 의심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도 RC 헬리콥터로 밭일을 한다는 주인분은 DJI 팬텀 4의 안정적인 호버링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실 난 상승 조작 이후 조종기는 건들지도 않았지만 덕분에 졸지에 프로 조종사가 돼 있었던 것이다.

때론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여행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여행지 카페에 앉아 휴대폰에 빠져있던 기존의 여행과는 완전히 달랐다. 팬텀 4라는 첨단 제품을 들고 한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도심을 떠나 자연 깊숙이 들어가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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