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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닐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한다. 내가 느끼는 자연의 광활함, 푸르름, 그 감동을 고스란히 누군가에게 전하기가 참 어렵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사람의 시각에서 대자연의 감동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대지의 고도, 날씨, 카메라 사양 등 모든 요소가 한 큐에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남들과 같은 목적지로 비행기를 타고 가더라도 나만이 찍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추억을 남길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차에 난 4박 5일간의 홋카이도 여행에 팬텀4를 들고 가기로 결심했다.
필자는 드론을 사용한 지 4개월 된 초보자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호버링과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장애물 회피 기능을 중심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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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들고 가는 여행엔 몇 가지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배터리 규제와 기체 반입 규정과 현지 비행 규제를 포함해 간단하게 알아보고 짐을 싸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국토부의 리튬배터리 항공 수송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드론 기체에 장착된 160Wh 이하 배터리는 기내 휴대 및 수화물이 모두 허용되며 160wh 이하의 여분 배터리는 인당 2개씩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여행의 목적이 촬영은 아니었기 때문에 배터리 3개로도 매일 저녁에 충전하고 차에 싣고 다니기엔 충분했다.
컨트롤러와 배터리 등 이것저것 챙겨가야 한다는 점이 거추장스럽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팬텀 4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드론 본체에 충전기, 컨트롤러, 프로펠러 2세트, 배터리 3개까지 기본으로 제공되는 케이스에 다 담을 수 있어 비행기를 탈 때나 이동 중에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매우 컴팩트한 전문 방송 장비를 들고 다니는 듯한 느낌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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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벗어나 이내 맞이한 해변의 국도. 로드 트립의 묘미라고 한다면 단연코 우연과 의외성이 주는 희열이라고 말하고 싶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마주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목적지를 향하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일정 따위는 잊고 차를 세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멋.
예전에 다녔던 여행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멈추는 포인트마다 드론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다. 항공사진은 기존의 사진들과는 차별화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파도에 부서지는 산호초, 색색의 지붕들이 있는 마을의 전경, 언덕 위 밭들이 만들어낸 기하학적 모양 등 한 장, 두 장 찍다 보니 어느새 그 맛에 빠져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된 것 같기도 했지만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드론은 여행의 재미를 배가시켜줬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주인공들이 얼음 위에 누워 천사를 만들던 장면, 그런 장면을 나도 만들어볼 수 있는 것이다.
팬텀 4는 그런 즐거움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초보자도 비행법만 손에 익히면 일반인들에게 자신을 프로페셔널로 소개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조작성이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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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여행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여행지 카페에 앉아 휴대폰에 빠져있던 기존의 여행과는 완전히 달랐다. 팬텀 4라는 첨단 제품을 들고 한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도심을 떠나 자연 깊숙이 들어가 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