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DIY]⑤ 대박난 '바람의 딸' 이젠 전설일 뿐

김용운 기자I 2016.06.03 06:06:35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국내 여행서적 봇물
1996년 한비야 '바람의 딸'여행서 통념 바꿔
인터넷·스마트폰 보편화되며 여행책 '레드오션'

1990년대 중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시리즈로 여행서의 통념을 깬 작가 한비야(가운데).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은 여행에서 ‘후진국’이었다. 1989년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를 실시하면서 비로소 해외여행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제호황과 원화가치 상승으로 1990년대 중반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해외배낭여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시리즈
◇한비야 ‘바람의 딸’…해외 자유여행 불지펴

이즈음 한국인의 가슴에 해외 자유여행의 불을 지핀 이가 있으니 작가 한비야다. 1996년에 출간한 여행서 때문이었다. 여행서적이라면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것이란 통념을 깬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푸른숲)은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거의 찾지 않던 인도와 남미,아프리카, 중동 등 오지의 ‘체류형여행’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출간과 함께 일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한비야의 책을 읽고 해외 자유여행을 떠났다는 학생과 젊은이가 부지기수였다. 4권까지 나온 이어진 시리즈는 약 100만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여행서적 ‘포화상태’ 남 다른 ‘콘텐츠’로 승부해야

하지만 출판계에선 ‘바람의 딸’을 능가하는 여행분야 대형 베스트셀러는 더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여행정보를 찾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SNS와 블로그 등에 거의 실시간으로 여행후기가 올라오면서 여행서적의 경쟁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여행서적은 레드오션에 진입했다”며 “지난 20여년간 한국인이 갈 수 있는 모든 여행지의 도서가 출판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간보다 구간을 수정해 증쇄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여행서적은 매주 쏟아져 나온다. 여행자가 많아진 데다가 디지털카메라 등을 활용하기가 용이해져서다. 최근 세계적인 여행전문지인 론니플래닛이 국내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여행기 공모에 600여편이 몰린 건 이런 상황에 대한 방증이다.

한국인 중에서 일반인 최초로 남극점을 밟은 뒤 2009년 ‘바람이 되어도 좋아’등의 여행서적을 내고 전업여행작가로 변신한 김정아 씨는 “서른살에 대기업을 다니다 사표를 내고 나와 남극을 비롯해 히말라야를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며 “2010년까지만 해도 초판 5000부를 찍었지만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요즘은 2000부 남짓 찍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행작가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만큼 직장을 접고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여행책을 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만약 책을 쓰고 싶다면 특정 지역이나 특화한 소재를 정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한 뒤 이를 써내야 경쟁력이 있다”고 조언했다.

2006년 한국에서 일반인으로는 처음 남극점을 다녀온 김진아 씨가 남극점에 도착해 찍은 ‘인증샷’. 김씨는 남위 89도에서 열흘 남짓 스키를 타고 걷는 방식으로 남극점에 다녀왔다(사진=김진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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