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울산에서 차로 2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거제도 민생 악화에 신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제는 대우조선해양(042660) 옥포조선소와 삼성중공업(010140) 거제조선소가 위치한 조선업의 도시다.
두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블루칼라들은 평균 급여가 8000만원에 육박할 만큼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는 급여 소득자였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을 때도 현지에서는 위기가 왔는지조차 몰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임금 동결을 결정했으며 삼성중공업 노사는 0.5% 인상안에 합의했다. 실적 부진의 여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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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조선소 정규직 근로자는 1만2000명,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치면 3만2000명이다. 거제조선소에도 정규직 1만4000명과 협력업체 직원 2만6000명 등 4만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
두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총 7만2000명. 4인 가족 기준으로 29만명 안팎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에 생계를 맡기고 있다. 거제 인구는 25만여명이다. 이 때문에 거제로 통근이 가능한 인근 도시들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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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포조선소 옆 옥포동에서 10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김태정(53)씨는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기존에 안 하던 아침 식사까지 제공하고 있다”면서 “새벽 6시 반부터 밤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4시간이나 늘렸지만 절반으로 줄어든 매상은 반등 기미가 없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의 한 직원은 “회사가 수당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잔업을 시키지 않는다”면서 “수당이 월급의 3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주요 고객인 장평동 상권도 위축됐다. 이날 삼성중공업 정문 앞에서는 아파트를 신규 분양하는 건설사의 직원들이 한창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하지만 전단지를 받은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이 건설사 직원은 “최근 거제 경기가 악화해 아파트 미분양률과 상가 공실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소득 감소세에 비해 조선사 직원들의 심리적 위축이 경기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분양만 하면 완판이 되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다.
다시 찾은 옥포동의 또 다른 식당 주인은 “예년에는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달력에 각종 회식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지금은 3분의 1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대우조선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사정이 언제쯤 나아질 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며 식당으로 들어가는 그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포스코(005490) 포항제철소가 들어선 포항 남구 일대는 장기 불황에 익숙해져 있었다. 철강산업은 조선과 정유, 석유화학 등 다른 수출 산업보다 업황 부진이 일찍 시작됐다. 중국 철강사들의 덤핑 판매로 매출 및 이익 하락세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허영진(37)씨는 “포스코 직원들의 씀씀이가 줄어든 것은 이미 수년이나 된 일”이라며 “나름대로 대응책을 세운 상태지만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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