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서둘러 개국'..홈쇼핑 재방송 된 T-커머스

민재용 기자I 2015.10.12 06:00:00

10년 만에 정부 눈치 보다 올해 서둘러 개국
준비 부족해 기존 홈쇼핑 재방송 그쳐
판매 제품도 기존 홈쇼핑과 겹쳐..中企 판로 확대 취지 무색

지난 7월 개국한 GS홈쇼핑의 T-커머스 ‘마이샵’.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를 목표로 올해 잇달아 개국한 상품형 데이터 판매 방송(T-커머스)이 원래 개국 취지와 다르게 기존 홈쇼핑의 재탕 방송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P-TV(인터넷 TV) 인프라 구축 미흡 등 T-커머스 시장이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정부의 압박에 눈치를 보다 서둘러 T-커머스 방송을 시작한 기존 홈쇼핑 업체들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12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사업권을 가진 5개 홈쇼핑 업체들 중 엔에스쇼핑(138250)을 제외한 4개 홈쇼핑(GS홈쇼핑(028150), CJ오쇼핑(035760), 현대홈쇼핑(057050), 롯데홈쇼핑)사는 올해 모두 T-커머스 방송을 시작했다. 엔에스쇼핑도 연내 T-커머스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T-커머스는 기존 홈쇼핑과 달리 시청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 구매할 수 있는 오픈형 데이터 방송이다. 지난 2005년 정부가 T-커머스 사업권을 교부했을 때 기존 홈쇼핑 업체들도 모두 관심을 보이며 사업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예상만큼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서 KTH 등 T-커머스 전용 기업 이외에 홈쇼핑 업체들은 T-커머스 사업의 진행을 미뤄왔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중기 제품 판로 확대를 명분으로 T-커머스 방송 사업 활성화 정책을 펴자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면허권 획득 10년 만에 잇달아 올해 T-커머스 방송을 시작했다. 서둘러 개국한 T-커머스 방송은 양적, 질적으로 소비자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개국한 CJ오쇼핑 T-커머스 ‘CJ오쇼핑 플러스’
T-커머스 방송 화면 일부분을 차지하는 동영상 방송은 기존 홈쇼핑 방송을 재탕하기 일쑤고 판매하고 있는 상품도 기존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대부분 겹친다. 홈쇼핑에서 소개되지 못했던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판매하겠다던 개국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T-커머스용 전용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지 못하다. 주요 홈쇼핑사들의 T-커머스 방송 하루 평균 거래액은 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T-커머스 시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박으로 수요가 부족한데도 홈쇼핑사들이 서둘러 T-커머스 방송을 시작해 가뜩이나 먹을 게 없는 시장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자조 섞인 넋두리도 내놓는다.

A 홈쇼핑 관계자는 “정부가 T-커머스 활성화 정책을 밀고 있는데 홈쇼핑 업체들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인프라 구축 미흡과 준비 부족으로 T-커머스 방송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T-커머스 시장이 계속 성장할 전망이라 이 시장에 대한 선점 차원에서 올해 개국이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신세계(004170)그룹이 T-커머스를 통해 홈쇼핑 시장에 우회 진출할 예정이라 기존 홈쇼핑 업체들은 이를 견제할 필요도 있다. 신세계는 기존 T-커머스 업체인 드림커머스를 인수해 오는 12월 새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B 홈쇼핑 관계자는 “T-커머스는 온라인 쇼핑과 더불어 향후 성장성이 가장 높은 시장”이라며 “특히 신세계 등 비 홈쇼핑 업체들이 T-커머스를 통해 홈쇼핑 시장을 우회 공략할 전망이라 이 시장을 마냥 내두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개국한 롯데홈쇼핑의 T-커머스 ‘롯데On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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