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천 매출부진 승부수..'홈쇼핑 고급화' 성공할까

최은영 기자I 2015.09.07 06:00:00

베라왕 첫 방송 매출 13억5000만원
150만원대 코트 판매에 ''캠핑업계 샤넬'' 스노우피크도 유치
"재주문 없다..초도 물량 소진시 판매 끝"..홈쇼핑 패션에 새바람

지난달 27일 CJ오쇼핑에서 첫선을 보인 베라왕의 의류·잡화 브랜드 ‘브이 더블유 베라왕’의 트렌치재킷. CJ오쇼핑은 목표 대비 133%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데일리 최은영 기자] 경기 침체에 매출 부진. 이중고에 시달리던 CJ오쇼핑이 위기 탈출의 카드로 ‘럭셔리’를 꺼내들었다. 주요 사업군은 CJ오쇼핑(035760)의 강점으로 꼽히는 ‘패션’이다.

올 하반기 여느 시즌보다 3배 많은, 역대 최대 규모의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는데 그 중에는 프리미엄 편집숍에서나 만나볼 수 있던 해외 유명 브랜드도 포함돼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이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베라왕의 의류·잡화 브랜드인 ‘브이 더블유 베라왕’이다. 지난달 27일 첫 방송에서 트렌치재킷과 정장 바지를 선보여 1시간 만에 무려 13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재킷은 6600세트, 바지는 3000세트가 팔려나갔다.

김일천 CJ오쇼핑 대표
기존 홈쇼핑 의류와 다른 차별화는 ‘희소성’이다. CJ오쇼핑은 이례적으로 브이 더블유 베라왕의 고급스러운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의류 브랜드와 달리 재주문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 두 방송으로 처음 주문한 물량이 모두 팔려나가면 해당 디자인을 더 이상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박리다매’를 기본으로 하는 홈쇼핑의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 반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보편성’은 홈쇼핑 의류의 최대 단점이자 한계로 지적돼 왔다. 잘 팔리는 제품이면 기본적으로 계속 방송을 하는데,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물건이 의류면 사정이 달라진다. 패션은 옷을 입는 사람의 감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주된 수단인데 홈쇼핑 의류는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생산되고 판매되다 보니 흔하게 볼 수 있는, 개성없는 옷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꺼리는 이들이 상당했다.

CJ오쇼핑은 SK네트웍스(001740), 시선인터내셔널 등 패션 대기업과도 손을 잡아 ‘와이앤케이’ 등 프리미엄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올가을에는 프랑스 출신 패션 디자이너 캐서린 말란드리노가 자신의 이름을 따 1998년 만든 럭셔리 부티크 브랜드 ‘캐서린 말란드리노’의 고가 제품도 출시한다. 홈쇼핑에서 그간 보기 힘들었던 캐시비어 100%, 모헤어(앙고라염소의 털) 제품 등 고퀄리티 소재 의류를 선보일 예정이다. 캐시미어 코드는 소재 자체도 고가지만 DKNY, 막스마라,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명품 의류를 생산하는 최고급 수준의 공장에서 제작해 가격도
CJ오쇼핑 판매 품목별 비중. 2014년 기준.
15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CJ오쇼핑의 고급화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편집매장 ‘퍼스트룩’에 캠핑용품 업계 ‘샤넬’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일본 캠핑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을 단독으로 열어 화제가 됐다.

그동안 CJ오쇼핑은 업계에서 패션 부문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지금은 보편화 된 디자이너 협업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한 곳도 CJ오쇼핑이다. CJ오쇼핑의 상품 판매 물량 가운데 패션은 35.9%(2014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잇따르며 예전만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매출액은 286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4% 줄었고,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0.6% 감소했다.

이번 CJ오쇼핑의 패션 고급화 승부수는 지난 6월 김일천 대표 취임 이후 첫 번째 변화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조일현 CJ오쇼핑 패션사업부장은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홈쇼핑 패션 사업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상품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라면서 “굳이 백화점을 찾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하게 프리미엄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어 럭셔리 카테고리를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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