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팬텀'…'오페라의 유령'과 뭐가 다른가

김미경 기자I 2015.05.04 06:42:00

비밀스런 유년기 vs 주인공의 사랑
가스통 르루 원작 '두 작품 다른 접근'
28년 관록 '오페라의 유령'하면 넘버
'팬텀'은 코믹적 요소 더하고
한국 관객 위해 4곡 더 만들어

뮤지컬 ‘팬텀’이 1991년 세계 초연 이후 24년 만에 한국에 상륙했다. ‘팬텀’(왼쪽 위·아래)의 에릭(팬텀) 역을 맡은 박효신과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가 열연하고 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오른쪽)과 같은 원작으로 만들어진 ‘펜텀’은 올 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힌다(사진=EMK뮤지컬컴퍼니·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고음악 전문 성악가와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의 등장, 박효신·류정환·신영숙 등 믿고 보는 실력파 배우들까지.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뮤지컬 ‘팬텀’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달 28일 개막한 팬텀은 3개월 동안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무대에 올랐다. 1991년 미국에서 초연한 뒤 한국에서의 첫 무대다. 원작자이자 작곡가인 모리 예스톤이 이번 한국 버전 제작에도 참여해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세계 3대 뮤지컬로 꼽히는 ‘오페라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가스통 르루의 동명소설(1910)을 무대로 옮긴 만큼 두 작품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숙명. 관객의 관심사 역시 두 작품이 얼마나 다른가다. ‘팬텀’과 ‘오페라의 유령’을 비교해봤다.

◇팬텀 가면 10여개…발레·200여벌 의상 볼거리

예스톤 “미국식 뮤지컬 vs 클래식 오페라”

총 30곡 버전…한국배우 위해 4곡 만들어

원작이 같다고 해서 작품의 내용이 비슷할 거라는 오해는 버려도 좋다. 또 다른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수식어답게 ‘팬텀’은 르루의 원작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과 다르게 해석했다. 우선 탄생부터 다르다.

자료=EMK뮤지컬컴퍼니·설앤컴퍼니.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서 초연한 뒤 1988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하며 큰 성공을 이뤘다. ‘팬텀’은 극작가 아서 코핏과 작곡가 예스톤의 협업으로 1991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초연했다. 예스톤은 “사실 탄생비화가 있다. 1983년 ‘팬텀’이 먼저 쓰였다. 하지만 ‘오페라의 유령’이 먼저 제작발표에 나서면서 투자자 유치에 실패해 제작이 미뤄졌다”면서도 “원작에 대한 다른 접근으로 5년 뒤 각국에서 큰 호평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주인공 크리스틴 다에와 팬텀과의 사랑을 중심에 내세웠다면 ‘팬텀’은 팬텀의 인간적 면모에 더 초점을 맞췄다. 왜 에릭이 팬텀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집중한다. 비밀스런 유년기와 가정사는 팬텀이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연출 로버트 요한슨은 “원작에 비해 팬텀 캐릭터에 대한 깊이감을 더했다”며 “한국 버전만의 해석이 더해진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묵직하고 웅장한 ‘오페라의 유령’과 달리 ‘팬텀’의 코믹적 장치는 대비되는 요소다. 예스톤은 “중요한 것은 작품을 관객에게 맞추는 것”이라며 “그래서 한국 관객을 위해 4곡을 더 만들었다. 발레대목도 늘렸다. 원작을 고집하는 것만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적인 요소가 많은 반면 ‘팬텀’은 굉장히 미국 뮤지컬스럽다고 설명했다. 예스톤은 “댄스안무도 다르고 한국 배우들은 재미있다. 코미디도 들어가 있다. 러브송도 있다. 원작은 같지만 다른 드라마를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뮤지컬 ‘팬텀’에서 주인공 에릭이 감정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착용하는 가면 스케치(사진=EMK뮤지컬컴퍼니).
팬텀의 넘버 2곡(내 비극적 이야기·이렇게 그대 그의 품에)과 필립 샹동 백작의 넘버 1곡(그대를 찾아내리라), 크리스틴 추가곡 1곡(그의 얼굴) 등 총 4곡에 발레곡까지 합하면 총 5곡을 새롭게 만든 셈이다.

주인공 얼굴에 씌어진 가면 역시 다르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은 하얀색 가면으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한다면 ‘팬텀’은 에릭의 심리에 따라 가면이 바뀐다. 약 10여개에 이른다. 자칫 산만할 수도 있지만 가면 뒤의 얼굴을 상상하도록 감정이입을 돕는다. 200벌이 넘는 화려한 의상과 무대는 두 작품 모두 볼거리다.

◇소프라노 임선혜 등장…한국버전 직접 봤더니

28년 관록 ‘오페라의 유령’과는 다른 이야기 눈길

배우 입체감·‘내고향’ 등 귀 감기나 킬링넘버 아쉬워

첫날 공연에 앞서 만난 예스톤은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수많은 ‘팬텀’을 봤지만 한국버전이 단연 최고”라며 한국 제작진과 배우연기에 대한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팬텀 역의 박효신만큼 노래를 잘 하는 배우는 없었다. 뉴욕에서라면 슈퍼스타가 됐을 것”이라며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 역시 음악적으로는 물론이고 드라마 스킬도 뛰어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뮤지컬 ‘팬텀’의 원작곡가 모리 예스톤(사진=한대욱 기자).
지난달 30일 무대에서 확인한 ‘팬텀’은 예스톤의 얘기를 공감할 수 있었다. 어두운 오페라극장 무대세트에서 소프라노 임선혜의 미성은 곧게 울려퍼졌다. 한 곡의 첫 소절만으로도 그녀의 존재감은 충분히 드러났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갈채와 탄성이 터져나왔다. 고음악과 모차르트 오페라 전문 성악가로 활동하는 임선혜를 크리스틴으로 섭외한 것은 ‘신의 한 수’. 마이크 사용이 익숙지 않은 탓에 간혹 발음이 뭉개지기는 했지만 오페라에서 다듬어진 풍부한 연기력과 고음의 기교는 눈부시게 빛났다.

3층 구조의 대형무대는 화려하면서도 전환 속도가 빨라 관객의 눈을 압도했다. 하지만 무대의 상징인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장면은 긴장감이 떨어져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넘버도 아쉽다. ‘오페라의 유령’ 하면 동명의 주제곡을 비롯해 ‘바람은 그것뿐’ 등이 떠올려지지만 ‘팬텀’에는 이같은 ‘킬링 넘버’가 없었다. ‘파리의 멜로디’ ‘넌 나의 음악’ ‘내 고향’ 등이 귀에 감기긴 했으나 파괴력은 없었다. 터질 듯 이내 끝나버리는 넘버는 좋은 목소리의 배우성량을 다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팬텀’의 과거 장면은 발레로 입체감 있게 되살아났다. 하지만 관객 취향에 따라 간혹 전체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극중 형편없는 노래실력으로 오페라극장의 디바 자리를 꿰차는 ‘마담 카를로타’ 역의 신영숙, ‘제라드’ 역의 이정열은 무게감을 더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 7월 26일까지. 02-517-6334.

뮤지컬 ’팬텀’에서 ‘팬텀’ 역을 맡은 박효신(위)과 그의 사랑을 받는 크리스틴 역의 소프라노 임선혜가 열연하고 있다(사진=EMK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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