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달 30일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엘름훌트 ‘이케아 오브 스웨덴(IKEA Of Sweden, IOS)’ 제품개발센터(IDDC)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이다. 이케아 소속 디자이너는 12명이다. 프랜랜서 디자이너까지 모두 더하면 102명에 이른다. 이들은 제품 개발자 등과 3~5명씩 팀을 이뤄 신제품을 개발한다.
이케아에서 35년째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크누트 하그베리(Knut Hagberg)는 “이렇게 개발돼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은 연간 2000여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케아는 45개국 362개 매장에 9000여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중 20% 가까운 2000여가지가 신상품으로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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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제품 개발센터 이곳저곳에는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한 말인 ‘실수는 행동하는 자의 권리’가 써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실수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길 정도로 실수를 흔한일,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겼다.
이케아에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이 유난히 많다. 이케아의 산역사나 다름 없는 크누트 하그베리, 마리안느 하그베리(Marianne Hagberg) 남매도 “우리가 오래도록 이케아에서 일하는 이유는 실수를 해도 용인해주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수는 늘 있을 수 있고 이를 수정 보완해 더 좋은 제품으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하는 일이 업무가 아닌 재미있고 즐거움이 된다. 이것이 고스란히 제품에 반영돼 밝고 단순하며 실용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겐 특별한 직위가 없다. 대부분의 직함은 매니저로 상하 수직적인 조직이 아닌 수평 조직문화를 통해 합리적인 제품을 이끌어낸다. 마리안느하그베리는 “우리는 늘 글로벌 마켓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한다”며 “누구나 공감하는 디자인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 할거라고 생각해 그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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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저가 공급이 원칙이다. 무조건 저가를 고집하면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이케아는 각종 아이디어를 총 동원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케아의 비용절감은 제품 개발단계부터 이뤄진다. 과거에는 기술자들이 주조를 만들어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수일이 걸렸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시제품이 3D프린터로 제작된다. 총 4대의 3D프린터가 단순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모두 소화한다. 제작 기간도 하루면 충분해 원가 절감에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
패턴숍 매니저 핸릭씨는 “직접 패턴샵을 운영하면 외부로의 정보유출에 대한 위험을 낮아지고 각 부서 간 업무 유기성도 올릴 수 있다”며 “실시간으로 제품의 구조변경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원자재에도 이같은 원가 감축 노력이 숨어 있다. 벌집모양 골판지를 목재나 합판 사이에 적용해 일반적으로 목재 가구들 보다 가볍게 만들면서 강도는 높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클립형 웨지를 활용해 못과 망치 없이도 손쉽게 가구를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종이 파렛트를 활용했다. 지게차 등으로 물건을 한꺼번에 옮길 때 받침으로 물류 파렛트가 활용되는 데 이케아는 이때 무거운 나무 대신 가볍지만 단단한 종이 파렛트를 개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실용적인 아이디어는 원가절감으로 이어져 이케아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1만원대 의자, 7만원대 책장, 10만원대 식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케아는 10년 이상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를 위해 테스트랩이라는 별도의 건물을 두고 30여가지가 넘는 시험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생활 날씨 실험도 추가했다. 기온 35도, 습도 60%의 고온다습 환경에서 나무 의자나 식탁을 두고 틀어지거나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테스트랩의 스테판 바틸손 품질매니저는 “이같은 상황에 3주를 견디면 25년 정도를 쓸 수 있는 제품”이라며 “이를 견디지 못하면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