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아파트 조합원 입주권이 부동산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일반분양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와 청약통장 없이 집을 살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 거래가 뜸해지고 가격도 하락하는 양상이다. 입주권 시세가 조합원 분양가 이하로 떨어진 곳도 적지 않다. 주택시장 침체와 더불어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에게 추가분담금 폭탄이 떨어지면서 조합원 입주권이 투자자나 실수요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전용 59㎡형 조합원 입주권은 조합원 분양가 수준인 4억 4000만~4억 5000만원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소형(59㎡) 아파트는 일반분양분이 전혀 없어 희소성이 있는데도 웃돈이 아예 붙지 않은 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웃돈은 커녕 조합원 입주권 분양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단지도 적지 않다. 성동구 왕십리뉴타운1구역 전용 129㎡형 조합원 입주권은 얼마 전에 권리가보다 5500만원 빠진 8억원에 팔렸다. 마포구 아현뉴타운과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등지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신길동 한 공인중개사는 “추가분담금 등을 감안하면 입주권을 유지하는 게 매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원 입주권의 인기가 식은 것은 부동산시장 침체와 그에 따른 재개발 재건축사업의 지체가 원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미분양을 우려한 조합과 시공사 측이 일반분양가를 낮춰 공급하다보니 조합원 입주권의 가격 메리트가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의 경우 일반분양가와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약 5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동산시장 활황기 당시 일반분양분에 비해 60~70% 수준이던 조합원 분양가가 지금은 90% 이상 수준까지 올라갔다.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과거처럼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왕십리 등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들려오는 추가분담금 폭탄 소식은 투자 심리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수도권 민영주택 전매 제한이 1년에서 6개월로 줄면서 일반분양 물량과 경쟁하게 된 것도 조합원 입주권의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권일 닥터아파트 팀장은 “초기 자금 투자가 많은 조합원 입주권의 경우 가격 경쟁력마저 없다면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인기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라면 조합원 추가분담금 변수도 있는 만큼 서두르지 말고 재건축사업 진행 상황과 주변 시세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매매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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