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빚진 자도 보호받을 ‘권리’는 있다”

김경원 기자I 2014.03.27 06:30:00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서울 중랑갑)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서울 중랑갑)] 잠적한 남편을 대신해 빚 독촉에 시달리는 50대 주부의 이야기, 자신의 자식과 비슷한 나이의 추심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듣고 참아야 하는 60대 아버지의 고백, 아이가 보는 앞에서 협박을 당해야 했던 어느 가장의 눈물, 부모 혹은 회사에 알려질 수 있다는 부담감에 시달리는 새내기 직장인의 고뇌 등 평범한 이웃들의 피맺힌 절규는 우리 이웃에게 흔한 얘깃거리가 되어버렸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포심을 유발하는 채권추심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회생 및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채권추심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제재조치를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본 의원은 지난해 12월 30일과 1월 1일 통과된 ‘피에타 3법’(이자제한법·대부업법·불법채권추심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 중 하나인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불법채권추심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비록 채무자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방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채무자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였다.

이 법안은 불법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는 조항과 더불어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말 그대로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면 대리인이 추심원과 접촉하고, 추심원은 절대 채무자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빚을 갚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빚은 갚되 법적으로 개인의 인격 등의 보호를 강화하자는 게 목적이다.

일반적으로 금융과 법률 지식이 거의 없는 채무자는 채무를 연체하거나 갚을 수 없는 상황일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당황해 할 때가 많다. 빚을 잘 갚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대로 알 수가 없어 채무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한 방법’을 찾아주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꼭 필요하다. 대리인 제도의 목적은 과도한 추심과 부풀려진 채무액을 조정해 채무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심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이미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미국은 1977년 공정채권추심법(FDCPA)이 제정될 당시부터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두고 있다. 영국도 소비자신용법(CCA)에서 ‘정당한 객관적 이유 없이, 채무자나 대리인의 허락 없이 지정된 대리인을 무시하고 직접적으로 채무자에게 연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일본 역시 채무자 등이 법적 대리인을 선임하거나 법적 절차에 착수한 이후에는 직접 채무자 등에게 채권추심 행위를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빚진 자의 권리’를 다소나마 보호하겠다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적구속력이 없는 기준은 기존의 제도와 별로 다를 바가 없으며, ‘명백한 위법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 위에 군림하면서 서민들의 눈물을 쥐어짜는 불법 추심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빌린 돈은 당연히 갚아야 한다. 그러나 경기침체국면에서 이미 과도하게 증폭해 있는 10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증가하는 연체율을 고려해 볼 때, 채무자의 권리가 무시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채무자의 권리를 보호해 채무를 잘 갚아나갈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배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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