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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의 재발견] 에코세대 64% "이왕이면 넓은 평에 살고파"

양희동 기자I 2014.02.21 07:20:10

중소형 거주하는 젊은층, 내집 마련 소형보다 중대형 선호
고령화될수록 집 넓힐 가능성 커
비싼 관리비, 가격 거품 수요 걸림돌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직장인 정금옥(35·여)씨는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전용면적 68㎡형 아파트 전셋값이 2년 새 8000만원이나 올라 4억원에 육박하자 내 집 장만을 결심하게 됐다. 그는 전세금으로 살 수 있는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전용 104㎡형 아파트에 관심이 갔다. 두 아이가 자라면서 넓은 집이 필요했고 가격도 3억원대로 적당했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매매가 어렵고 관리비 부담도 크다는 생각에 결국 같은 단지 내 중소형인 전용 84㎡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했다.

정씨는 “사실 아이 두 명이 각자 방 하나씩 쓰려면 좀 더 넓은 집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중대형은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 여유자금이 있어도 사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는 정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구매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족 수가 많은 중대형 실수요자들조차도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다. 신규 공급량마저 6년 새 절반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중대형은 △집값 하락 △거래 위축 △공급 감소 등의 3중고를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중대형 주택은 가격 하락, 거래 위축, 공급 감소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꿈틀대면서 중대형 아파트 매매시장이 실수요를 중심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많이 나오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가 밀집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일대. <사진제공:국토지리정보원>
◇ 에코세대, 미래의 중대형 주택 주요 세력으로 떠올라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 전국 신규 주택 공급량의 38%에 달했던 중대형 주택은 지난해에는 19%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값은 3.3㎡당 1648만원에서 1333만원으로 20%가량 빠졌다. 가히 ‘중대형의 몰락’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중대형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79년~1992년에 태어난 이른바 ‘에코세대’(베이비붐 세대의 자녀)가 향후 중대형 수요를 창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2007년 이후 전국 신규 주택 중 중대형 비중 변화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에코세대 주택수요 특성 분석’ 자료를 보면 향후 거주 형태를 묻는 질문에 에코세대의 70%가 자가주택을 원했고, 주택 규모는 중대형이 18.6%를 차지했다. 중형(전용 60~85㎡)주택을 원한다는 응답(44.9%)을 합하면 중형 이상의 주택 수요가 63.9%에 달했다. 현재 에코세대의 68%가 중소형 주택에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상당한 갈아타기 수요가 예상된다.

중대형에 대한 수요 증가는 우리나라보다 1~2인 가구 비중이 높고 고령화 단계가 높은 선진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현재 중대형이 신규 공급 주택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 통계국과 영국 도시건축위원회 등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주요 국가의 신축 주택의 평균 전용면적은 76~214㎡로, 영국이 전용 76㎡로 가장 좁고 미국이 214㎡로 가장 넓다. 주목할 점은 우리보다 국토가 넓지 않은 그리스(126㎡)와 덴마크(137㎡)의 주택 면적이 모두 중대형 규모라는 사실이다. 또 스페인(92㎡)·일본(95㎡)·독일(109㎡)·프랑스(112㎡)·호주(206㎡) 등의 신축 주택도 모두 중대형이었다. 김지은 주산연 책임연구원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 생애주기에 따라 집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에코세대의 주택 수요도 이전 베이비붐 세대와 큰 차이가 없다”며 “에코세대의 경우 투자보다 주거 안정에 주택 구입의 목적이 있는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금융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수요를 살리기 위한 기술 및 제도적 보완 필요

△2009년 기준 주요국 신축 주택 평균 전용면적.
<자료:미국 통계국 및 영국 도시건축위원회>
지난해 말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재건축 용적률 완화,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부동산 ‘대못 규제’가 속속 뽑히면서 새해 들어 중대형 주택의 회복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평촌신도시, 용인시 등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달 대비 0.06% 오르며 2011년 3월 이후 35개월 만에 반등하기도 했다.

미분양에 대한 두려움으로 중소형 공급에 집중해오던 건설사들도 위례신도시 등에 분양한 중대형 단지들이 성공을 거두면서 조금씩 공급을 늘리려는 분위기다. 특히 중대형 분양의 최대 걸림돌인 비싼 관리비를 줄이는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6월 최고 379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인 래미안 위례신도시 아파트(410가구)의 경우 전용 99~134㎡의 중대형 단지이지만 태양광발전과 지열 냉·난방 등 각종 에너지 절감 기술을 선보이면서 결국 ‘청약 대박’(평균 경쟁률 27.7대 1)을 터뜨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 위례신도시는 표준주택 대비 40% 이상 냉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해 ‘중대형은 관리비가 비싸다’는 편견을 없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든 중대형을 고가주택으로 보고 불이익을 주는 정부의 시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현행 세법상 중대형 아파트는 관리비에 부가가치세가 붙는다. 2001년 이후 5번에 걸친 한시 감면 연장을 통해 현재는 적용이 유예되고 있지만 올해 말이면 연장 시한이 끝난다. 또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역시 중소형 주택에 국한되고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정부가 과거와 같이 면적을 기준으로 중대형을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면적보다는 가격을 기준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위축된 중대형 수요를 살리고 서울·수도권과 지방 주택 간의 형평성 문제도 해소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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