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논술교육, 기틀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논설 위원I 2013.12.03 07:00:00
2014학년도부터 고등학교에서 논술을 정규 과목으로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일부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 형태로 해오던 논술 교육을 정식으로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에 논술시험이 있는데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앞으로 일선 학교에서 논술 교육이 보편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의 이번 조처는 학교 내에서 논술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학부모의 논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3생들은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턱없이 비싼 대입논술 학원으로 달려가는 일을 반복해 왔다.

정부는 대입 간소화 차원에서 대입 논술 축소를 추진해 왔다. 서울대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논술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행 논술시험의 기조와 틀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대학이 적지 않다. 논술고사만큼 수험생 사고의 폭과 깊이를 측정할 마땅한 수단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논술이 정규과목이 된 것을 계기로 고등학교에서는 논술 교육의 바람직한 틀을 마련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논술교육의 핵심은 학생의 사고력, 논리력,글쓰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폭넓은 독서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권장해 나가야 한다. 비록 교육현실과 괴리가 있더라도 그게 옳은 방향이다. 논술교사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대학입시와 상관없이 논술은 그 자체로 고등학교 교육에서 중요하다.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는 까다로운 철학문제를 내 수험생의 사고력을 측정한다. 해마다 철학문제 자체가 국민적 관심사가 될 정도다. 사회 지도층의 석.박사 논문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논술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인적자본’ 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시카고대학의 게리 베커 교수는 “한국학생을 가르쳐보니 어떻더냐”는 국내언론의 질문에 “한국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토론문화나 창의성은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정 주제에 관한 의견을 물으면 대뜸 ‘누구누구에 따르면’을 들먹이는 것이 요즘젊은이들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는 데 논술만 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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