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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하순, 서울 노원구청의 청장실에서 만난 김성환(47) 노원구청장은 기자에게 노원구의 인구가 몇명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하지 못하자 김 구청장이 웃으며 답했다.
“현재 노원구의 인구는 현재 58만7000여명입니다. 제주도의 인구가 지난 8월 60만 명을 돌파했는데 기초자치단체인 노원구의 인구가 광역자치단체인 제주도의 인구와 엇비슷한 셈입니다”
노원구는 1988년 도봉구에서 분리돼 나왔다. 당시 상계동과 중계동 및 하계동 일대에 주택공사(현 LH공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노원구 일대는 서울 북동부의 주거지역으로 급부상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의 여러 도시문제가 축약된 곳으로 본의 아니게 관심을 받았다. 재개발과 철거 등에 따른 주민들의 갈등이 첨예했고 자족 기능이 없는 베드타운 문제가 불거졌다. 25개 자치구 중 임대아파트가 가장 많은 구의 특성상 복지 수요도 다른 자치구에 비해 많았다.
◇‘인생만사 새옹지마’ 시의원 재선 실패후 후 청와대로
김 구청장은 1980년대 후반 결혼을 통해 노원구와 인연을 맺었다. 처가가 상계동이었다. 김 구청장은 1992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995년 지방선거에서 노원구 상계9동에서 구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3년간 구의원으로 활동하다 1998년 지방선거에서 김 구청장은 시의회 의원에 도전, 당시 104명의 서울시 의원 중 최연소로 서울시 의회에 입성했다.
“구의회와 시의회를 경험하며 기초지자체가 얼마나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동네의 작은 변화가 결국 커다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그때 확신하게 됐습니다.”
김 구청장은 시의원 재선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낙선은 되레 그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정책위원회 복지담당 위원이 됐고 참여정부 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다.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경험을 쌓은 뒤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1급)으로 국정에 참여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김 구청장은 정책조정비서관 시절 에너지와 복지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시대의 흐름이 결국 에너지 절약과 복지확대에 맞춰질 것이라 예상해서다.
지난 10월 14일 노원구가 세종시, 대구광역시와 경합 끝에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 하우스 사업을 유치한 것은 이러한 김 구청장의 평소 지론이 큰 보탬이 됐다.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정부로부터 약 240억원의 예산을 받아 2016년 노원구 하계동에 들어선다.
◇“주택서 에너지 1/3 써”..제로에너지 하우소 시범사업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이른바 초에너지절약기술(패시브기술)을 통해 주택단지에 필요한 전체 에너지의 50%를 줄이고 나머지 필요한 에너지의 50%는 태양광과 지열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일종의 ‘에너지 대안 주택’이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제로에너지 하우스 시범사업을 노원구에서 유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서울시의 다른 자치구의 관계자들은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며 에너지 절약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특히 주택 분야의 에너지 줄이기는 자치단체의 숙제로도 떠올랐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견학하는 곳이 영국 런던 남부의 베드제드다. 하수처리시설이었던 곳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해 기존 주택에 비해 전기 사용량 25%, 물 사용량 50%를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그 덕에 새로운 관광지로도 부상했다. 한국판 베드제드가 바로 노원구에 생기게 되었으니 시샘 섞인 부러움을 받을 만 했다.
“패시브기술을 활용한 초에너지절약 주택은 정책조정비서관 시절부터 유심히 지켜봤던 분야입니다. 우리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3분의1을 주택에서 소비하는 데 정작 국내 건설업체들은 주택 분야의 에너지 절약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김 구청장은 실제로 2010년 구청장에 부임한 뒤 자치구 차원의 제로에너지 하우스 건설을 추진했다. 김 구청장은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버려졌던 야외 창고를 친환경 에너지 절감 건물로 리모델링해 노원에코센터를 만들었다. 지난해 2월 개관한 노원에코센터는 인근 학교 학생들과 주민들의 환경교육센터로 자리를 잡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 전국 최초 제정…타 지자체로 확산
김 구청장은 2010년 구청장 부임 후 관내 노원경찰서를 방문했을 때 노원구에서 이틀에 한 명꼴로 자살자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 받았다.
“한국의 자살률이 높다는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노원구의 자살률이 특히 높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노원구 관내 임대아파트 등에 혼자 사시는 어르신 분들이 병원비가 부담돼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가의 행정력이 돈 없고 가난한 분들에게 미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우선적으로 어르신들의 자살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노원구는 2010년 10월부터 구 차원에서 자살예방사업을 실시했다. 자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자살예방을 위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을 공동체가 회복되면 충분히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고 확신해서다. 김 구청장은 이를 위해 구청내 생명존중전담팀을 신설하고 2010년 12월에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천국 최초로 제정했다. 통장들에게 ‘생명지킴이’ 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생명지킴이‘ 역할을 부여, 관내 독거노인들을 살피고 자살의 징후가 있는지 파악했다. 지역주민의 4분의1 정도인 15만명에 대해 마음건강평가를 실시해 자살 위험군에 속한 구민들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노원구의 자살률이 제가 취임했던 당시 10만명 기준으로 29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살예방사업을 실시한 2011년에는 24.1명으로 줄었습니다. 지난해 25.2명으로 자살률이 조금 높아지긴 했지만 지역사회가 나서면 자살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확신을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시킬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4월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시 자살예방사업’의 상당부분이 노원구의 자살예방사업을 참고했으며 이후에도 약 30여개 지자체에서 노원구의 자살예방사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자문을 구했다는 게 김 구청장의 부연설명이었다.
◇“개발보다는 살기 좋은 공동체 만들고 싶어 ”
김 구청장의 취임 후 다른 자치구에 비해 노원구의 개발사업이 많이 축소됐다는 지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개발 사업을 벌일 필요가 있지 않냐는 것이다.
“발전을 지향하는 구청장도 계시고 아니면 지역사회와 구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공동체를 풍부하게 하는 데 보다 역점을 두는 구청장도 있을 수 있습니다. 둘 다 중요한 일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지역내 작은 모범사례들을 많이 만들어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게 기초자치단체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의 생활과 의식을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건 국가보다는 아무래도 기초자치단체가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 김 구청장에게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어느 때 였냐”고 묻자 김 구청장은 의외의 대답을 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가끔 동네 주민들께서 자필로 편지를 보내주십니다. 동네노인정을 고쳐줘서 고맙다는 등의 내용인데 주로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보내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관내 여러 갈등조정으로 피곤한 가운데서도 새로운 삶의 활력을 느끼곤 합니다.”
-김성환 구청장 약력
1965년 전남 여수의 거문도에서 태어나 서울 창서초, 중동중, 한성고를 거쳐 1983년 연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시 운동권에 투신해 전대협 간부를 지냈다. 1990년 졸업후 신계륜 의원 비서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지방선거에 노원구 의원선거에 나가 구의원으로 본격적인 생활정치에 뛰어 든 이후 1998년 서울시의회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됐다. 2002년 참여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정책관리비서실 행정관을 거쳐 2006년부터 1년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일하며 특히 에너지와 복지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 2010년 7월 민선 5기 서울시 노원구청장으로 당선돼 후 60만 노원구민들의 살림과 행정을 책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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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가 유치한 제로에너지 하우스는 노원구 하계동 251-9 일대, 연면적 1만7200㎡에 공동주택 3개동 106세대, 단독주택 2개동 2세대, 합벽주택 2개동 4세대, 3층 연립주택 1개동 9세대, 목업주택 1세대를 포함한 122세대 규모로 오는 2016년 들어서게 된다. 총 사업비는 442억원이 투입되며, 부지는 노원구에서 제공하고 투자주체인 노원구와 서울시가 일반건축비 202억원을 부담, 나머지 240억원은 국토교통부 연구개발비(정부출연금) 180억원과 기업부담금 60억원으로 충당한다. 입주대상자는 신혼부부, 대학생, 1~2인 직장인 가구 등 도시근로자를 우선 입주 시킬 예정이며, 제로에너지 주택 단지는 특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분양이 아닌 50년 이상 국민임대주택형태로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해 50년동안 연 1000세대 주민이 제로에너지 주택을 체험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입주자들은 월 평균 1만5000원 이내를 부담하는 것 외에는 냉방·난방 등에 따른 별도의 에너지 사용료를 내지 않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