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물가의 모순]민간은 묶고 공공은 인상…1%대 물가의 모순

최정희 기자I 2013.08.12 07:00:00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달라..정부 고물가시대 정책 답습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1. 지난 달 초 소비자물가가 수개월째 1%대를 기록하자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범위(2.5~3.5%)보다 훨씬 낮으니 한 금융통화위원은 물가가 낮을 때 공공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 지난 달 말 정부는 우유 제조업체들이 원유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려하자 대형마트 관계자를 불러 모았다. 정부는 모니터링 차원이라고 하지만 과거의 행태를 볼 때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모양새였다. 지난 주 우유 제조업체들은 반나절 만에 인상 조치를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자료:통계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개월째 1%대의 안정적인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한쪽에선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공공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선 기업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민간부문의 물가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격차에 따른 혼선이기도 하지만 고물가 시대의 정책처방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올라 9개월째 1%대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장마철 채소가격과 휴가철 숙박비 등 서비스요금 등이 상승하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훨씬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전국 성인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살림살이를 힘들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39.2%가 체감물가를 꼽았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의 괴리로 정부의 물가정책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공공요금은 올해부터 원가주의가 도입되면서 요금 인상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반면 민간부문의 물가 상승에 대해선 ‘팔 비틀기’를 통해 억제하고 있다. 최근 우윳값 상승 움직임에 대해선 소비자단체까지 가세하며 제동을 걸어 결국 해당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철회하거나 보류했다.

전문가들은 민간업체를 불러 물가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철회를 종용하는 등 이명박정부 시절 비판을 받던 ‘MB식 물가 때려잡기 방식’이 재연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가격을 직접 통제하려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공공요금은 올리면서 민간부문에 대해서만 가격을 통제한다면 해당 기업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