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ICT 10대 뉴스]②네티즌, 입을 풀다..실명제 위헌

김현아 기자I 2012.12.20 06:24:37
[이데일리 김현아 김상윤 기자] 인터넷·콘텐츠 시장은 파란의 한 해였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유튜브를 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서면서 플랫폼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줬다.

국민게임 ‘애니팡’의 성공으로 카카오톡의 뒷심이 입증된 해였으며,넥슨·EBS·KT 해킹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컸다.

◇네티즌, 입을 풀다..실명제 위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 5년 만에 폐지됐다.인터넷 실명제는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인터넷 게시판에 글 쓸때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 것으로, 잇단 자살사건 이후 언론과 포털 등에 도입됐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로 불법 정보 게시가 감소했다는 증거가 없는 반면, 인터넷 이용자는 신원 노출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사업자는 외국 기업에 비해 역차별 당하는 등 입법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 운동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은 데 이은 것으로, 대선 과정에서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선거 운동이 더 중요해졌다.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 간 양자 토론이 이뤄진 3차 대선TV토론일에는 대선 관련 트윗 메시지가 처음으로 100만 건을 돌파했고, 토론 시간 동안의 트윗 수 또한 지난 2차 토론과 비교해 30%나 증가했다. 방송시간대에 약 26만 건의 트윗이 발생해 국민 상당수가 TV로 토론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12월 16일 대선TV토론 트윗의 이슈키워드(출처: 트위터&다음소프트)
◇유튜브 탄 ‘강남스타일’ 글로벌콘텐츠로‘우뚝’

‘싸이 열풍’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중국, 유럽, 동아시아 등으로 퍼지면서 ‘대륙스타일’로 확산됐다. 패러디물까지 더해지면서 열풍은 글로벌 신드롬으로 확대됐다.

19일 현재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는 9억7151만명으로, 10억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세계인구 중 7명중 한명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본 셈이다. 이같은 인기로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싱글 차트 7주 연속 2위, UK 싱글 차트 1위, 전 세계 30여개국 아이튠스 음원차트 1위라는 대기록은 남겼다.

싸이의 흥행 요인은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멜로디와 춤, 누구나 신나게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만 아니다. 바로 ‘유튜브’라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는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선택해 보고 듣고, 심지어 본인이 만든 콘텐츠를 직접 올릴 수도 있다. 예전에 음반사가 제작과 유통 등 모든 것을 결정했다면, 이젠 이용자가 음악을 듣고, 사는 선택권이 확대됐다.

실제 ‘강남스타일’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리액션과 리뷰 동영상을 올리고, 패러디물까지 올리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그만큼 국경도 이젠 의미가 없다. 이용자에게 좋은 콘텐츠로 ‘선택’만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글로벌 콘텐츠로 우뚝 설 수 있다.

뒤늦게 플랫폼의 중요성을 깨닫은 국내사업자들도 이를 육성하고자 나섰다. KT(030200)는 유스트림코리아에 지분을 투자해 글로벌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키우고 있다.

유튜브 홈페이지에 올라온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한 장면. 유튜브 화면 캡처.


◇국민게임 애니팡, 너도나도 ‘팡팡’

지하철에서도 ‘팡’ 화장실에서도 ‘팡’. 남녀노소 불문하고 애니팡처럼 대중에게 널리 퍼진 게임이 있을까. 심지어 화장실 벽의 타일까지 물풍선으로 생각하고 밀어 터트린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애니팡 금단현상’까지 나타났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은 지난 7월 출시 이후 3개월만에 이용자수 20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이용자수도 1000만명을 돌파했고, 월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국민게임’ 반열에 올라섰다.

사실 ‘애니팡’은 2009년 SK컴즈(066270)가 싸이월드에서 먼저 나왔다. 하지만 이처럼 국민게임까지 오르게 된 것은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SNS 덕분이다.

스마트폰의 터치 기술은 게임 조작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손가락 하나로 아이콘을 ‘끌어서 놓기’만 해도 돼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카카오톡’ 플랫폼은 게임의 재미를 배가 시켰다. 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은 혼자가 아닌 지인들과 연결돼 경쟁하면서 게임을 하는 재미를 안겨줬다. 게임의 코인과 같은 메시지 ‘하트’는 여기저기서 날라오면서 게임에 관심이 없던 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했다.

‘애니팡’의 성공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커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6328억원으로 지난해 4236억원이었던 시장이 50% 가까이 커졌다.

선데이토즈의 국민게임 ‘애니팡’ 화면. 선데이토즈 제공


◇개인정보 유출, 미래 IT의 최대 위협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 사용자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털린 넥슨, 422만명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이 유출된 EBS, 875만명의 성명, 휴대전화번호, 주민번호 등이 유출된 KT 등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넥슨코리아가 검찰에서 개인정보 관리 소홀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받고, EBS 해킹은 범인을 검거하지 못했으며, KT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7억53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데 그치는 등 솜방망이 제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해킹수법의 고도화에 따른 불가항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좀 더 적극적인 조사와 법 해석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 관련 법을 고쳐 해킹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해도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제재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가 쌓여 빅데이터나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IT 신산업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해킹 사건 발생 시 해당 기업 뿐 아니라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한 IT업체에도 과태료나 과징금 제재가 가능해진다. EBS 해킹 사건의 경우 관련 홈페이지를 KT가 구축·운영했는데 사건발생 당시 법에서는 해당 기업인 EBS만 제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KT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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