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이현정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신용카드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섰다. 특히 고금리 돌려막기 대출로 불리는 리볼빙 결제에 대해선 개선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31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국민 삼성 신한 현대 하나 롯데 비씨 등 7개 전업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권 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드사들이 리볼빙·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금리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당국의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으로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것과 달리 카드사들은 여전히 고금리 현금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간담회는 사실상의 금리 인하 요구로 해석되고 있다.
권 원장은 대부분의 카드사가 리볼빙을 이용한 절반 이상의 회원에게 26~30% 정도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리볼빙 자산에 대한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최소결제비율 상향조정, 명칭 변경 등을 담은 표준약관 제정 등 추가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새 가맹점 수수료율 도입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면서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줄이는 대신 경비절감 등 자구노력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또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요구를 하면 엄정 대응하겠다며 수수료율이 적정하게 이뤄지도록 운영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더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3000억 원 수익이 과하다 해서 2000억 원으로 내리면 될까. 과연 어느 정도가 적당한 이익 규모인가. 이제 카드사 당기순익 규모를 감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카드사 자기자본 규모도 한 번쯤 봐야 할 때”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드업계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지 못해 연간 수백조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수익성이 떨어지면 발행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어 수백억 원의 추가 손실도 예상하고 있다. 한 카드사 사장은 “당국압박에 어느 정도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수수료 인하에 이어 대출사업까지 규제하면 어떻게 장사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준기 기자 jeke1@edaily.co.kr